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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에서 장애아동 지켜내려면, 이원화된 대응체계 개선해야 한겨레신문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좌장),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희송 실장·정규희 연구원, 박우근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를 초청해 '아동학대 대응정책의 10년 : 우리 사회는 가장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지키고 있는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한겨레신문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좌장),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희송 실장·정규희 연구원, 박우근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를 초청해 '아동학대 대응정책의 10년 : 우리 사회는 가장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지키고 있는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44명.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이다. 2020년 서울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지금도 매월 3~4명의 아동들이 학대 속에서 비극을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5739건으로, 전체 학대행위자 중 부모의 비중은 85.9%(2만2106건)를 차지했다.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좌장). 세이브더칠드런 제공2013년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학대를 당해 사망한 8살 아동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2014년부터 지난 10여년간 사건피해 아동의 이름을 딴 사망 사건이 전해질 때마다 조금씩 아동보호를 비롯한 아동학대 대응정책을 보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과 영유아처럼 자기 표현이 어려운 아동이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겨레신문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4월3일 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좌장),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희송 실장·정규희 연구원, 박우근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를 초청해 '아동학대 대응정책의 10년 : 우리 사회는 가장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지키고 있는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윤혜미 교수는 “2020년 10월 이후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치료와 보호를 공공화해 중앙에 아동권리보장원을 설치하여 정부의 학대피해아동보호 업무를 지원하고, 지자체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는 한편,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쉼터의 확충, 맞춤형 사례관리와 가정방문 강화 등을 추진해왔다”면서도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아동의 행복에 중점을 둔 양육 문화 및 인식의 개선, 체계와 법률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 보호 위한 협력체계 구축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세이브더칠드런 제공참석자들은 2014년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조기 발견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한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 쉼터 등의 인프라를 확충해 왔지만, 아동보호체계에서 장애아동의 장애로 인한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아동학대와 장애인학대의 대응체계 주무 부서뿐 아니라 학대피해 아동과 장애아동의 지원 업무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이원화돼 있어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사례관리에 공백이 생기는 등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강솔지 변호사는 “실제로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을 분리조치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 측에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입소 시 보호자 동의서를 요구하고 이후 아동복지법상의 절차 없이 퇴소를 진행한 일이 있었다”며 “법령 간 적용 기준의 모호함과 정보 연계의 부재로 인해 장애아동은 제도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지속적인 개입과 회복 지원이 단절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해 강솔지 변호사는 “장애아동 사례는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관련 정보가 연속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하며, 장애인 거주시설이 분리조치 대상 시설로 기능할 경우에도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학대피해아동의 보호서비스 개선 대책박우근 변호사는 아동학대 판단 이후 아동보호서비스의 현황과 한계에 주목했다. 박 변호사는 “학대아동을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분리 보호하는 조치와 관련해 일선 기관 및 종사자들은 '왜 분리하지 않았냐'와 '왜 분리했냐'는 두 가지 비난에 직면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처한다”며 “아동 분리에 있어서 기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피해아동보호명령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법심사에 의한 아동 분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다만, 아동 분리가 피해아동보호명령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아동복지법에 의한 보호조치가 반드시 지양될 필요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실무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에 지나치게 치우져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박우근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 세이브더칠드런 제공박 변호사는 “지자체는 보호조치 여부를 결정할 때 학대 여부 및 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다른 환경 조건 등을 추가로 고려해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는 것이 적당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실무에 있어서도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어떤 보호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박 변호사는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사람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범죄자로 볼 수 없음에도, 법률에서는 아동학대행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범죄자로 오인되거나 불필요한 낙인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아동학대행위자 대신 아동학대사례관리대상자로 지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단 용어만이 아니라 실무에 있어서도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분리가 필요한지, 아니면 어떤 보호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윤혜미 교수는 “즉각분리를 했을 때 가정에서 분리되면 아동이 어릴수록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2023년 경우 즉각분리된 아동의 24.5%만이 부모교육과 환경개선 이후 가정복귀하여 가정으로 복귀하는 아동보다 돌아가지 못하는 아동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가정에서 분리되면 75% 이상이 18살까지 위탁가정이나 양육시설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능한 한 빨리 안전한 양육이 이뤄지도록 가정에 대한 지원과 사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분리 이후 아동의 보호결정 과정에서 미국의 양육 조정, 영국의 가족통합회의와 같은 기능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학대피해아동의 초기 진술 확보 중요성이날 좌담회에서는 학대피애아동의 초기 진술 확보의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무엇보다 단계별 업무종사자에게 피해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함에 따른 2차 피해 노출은 물론 조치 단계에서 가정복귀 의사가 무시당하거나, 즉각 분리된 지 1주일 이후에나 진술 기회가 주어지거나, 행위자 등으로부터 2차 피해에 노출되도록 방치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세이브더칠드런 제공김예원 변호사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초기 수사과정에서 진술의 반복문제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전에는 진술내용의 반복이 수사기관과 보호기관 간에만 발생하고 있었으나, 현재 경찰에서는 지구대 경찰이 정보를 입력하는 형태, 여청수사팀이 수사결과를 입력하는 형태, 학대예방경찰관이 모니터링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는 형태가 제각각이고, 여청수사팀이나 강력팀에서 수사한 결과를 학대예방경찰관이 그대로 공유하거나 열어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실제 학대예방경찰관은 APO 정보시스템을 통해 별도로 정보를 관리하고 있어 수사정보와 모니터링 정보 간의 분절이 발생한다. 김 변호사는 “아동학대 수사단계에서 지구대 경찰 현장조사-여청수사팀 수사-학대예방경찰관 모니터링 과정이 진행되면서 피해아동이 반복진술을 하지 않도록 KICS와 APO시스템에 있는 정보가 연계 및 공유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아울러 아동학대피해아동이 초기 진술할 때 진술분석관을 투입하고, 현장출동 단계에서는 수사인력이 보다 조기에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여청수사팀 등의 수사인력이 학대사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해아동이 안정된 상황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아동 발달의 이해와 의사소통 기법 향상을 위한 전문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윤혜미 교수는 “아동의 진술이 오염되기 쉽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며 “성폭력의 경우, 영상녹화실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녹화하고 이를 증거로 활용하고 있는데, 아동학대 피해자의 초기 진술에도 영상녹화물 사용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유아 사망사건 예방을 위한 제언영아 학대사망의 경우 보호자가 의도적으로 아이를 방임한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위험 요인으로 인해 불가피한 방임 상황이 발생, 보호자 부재로 인한 방임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례가 다수다. 즉, 영아 학대 사망 대부분이 임신 단계에서 시작된 복합적 위기 상황으로 출생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만성적인 학대나 방임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사례 중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혼모가 생계 활동을 위해 성매매를 하러 두 시간 정도 외출한 사이 방에서 잠을 자던 영아가 이불에 뒤엉켜 질식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방임·부주의형 사망은 본질적으로 양육 환경의 취약성과 보호자의 돌봄 의무 방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또한, 외부에서 보기에 물리적 폭력의 흔적이 없어 단순 사고나 자연사로 위장되기 쉽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희송 실장(좌)·정규희 연구원(우). 세이브더칠드런 제공정규희 연구원은 “20대 초반 친부모가 생후 2개월 영아가 있는데도 밤새 술을 마시고 게임을 계속하는 가운데 아이가 수면 중에 사망했다”며 “그러나 '수면 중 사망'이라는 판정에다 영아의 몸에 어떠한 외상 흔적도 남지 않아, 학대의 고의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영아의 신체적 학대의 또 다른 주요 유형으로는 학대성두부외상이 꼽힌다. 생후 6개월 즈음, 영아의 지속적인 울음에 대응하는 보호자의 부적절한 행동에서 발생한다. 영아의 울음을 달래기 위해 영아를 과도하게 흔들거나 던지는 행위 등이며, 이로 인해 영아는 망막출혈, 경막하출혈, 두개골 골절 등의 심각한 손상을 입고 사망하게 된다.김희송 실장은 “영아 사망의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영아 사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상당수가 적절한 분석이 이뤄지기 어려운 사건이어서, 많은 사례들이 통계와 분석에서 사실상 누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규희 연구원은 “학대로 의심되는 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 사망 사례를 체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학대 사망 실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윤혜미 교수는 “영국에서는 아동 사망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며 “위기 임신부와 아동에 대한 보호나 지원과 별개로 영아 사망 사례를 전문적·지속적으로 조사해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인력 지원은 물론 더 나아가 상설기구 설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장애아동 학대대응 관련 법안'을 비롯해 평소 장애아동의 보호체계에 관심을 표시해온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갑, 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모든 아동이 학대, 폭력, 방임 등의 폭력으로부터 적절히 보호되고 구제돼야 한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현행 체계는 아동과 장애아동을 구분해서 지원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동과 장애아동 모두를 포괄하는 협력적인 대응체계 구축은 물론 아동 및 장애아동 학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문 뒤의 아이들 - 아동학대를 멈추기 위한 학대 피해의 기록' 사례집. 표지 그림 이니드.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주제발표1 : 장애아동 및 영유아 학대사건에서의 '초기 진술' 어려움과 제도개선 과제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장애아동 및 영유아 학대사건에서 초기 피해진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피해아동은 지구대 경찰-여성·청소년수사팀-지자체 전담 공무원-학대전담경찰관-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단계별 업무종사자에게 피해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 2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성폭력 피해의 경우 피해자 조사에 진술분석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반면 아동학대에는 이런 제도가 부족하다. 따라서 아동학대 사건의 진술권 보호를 위해 초기에 진술분석 전문가를 투입해야 한다. 또한, 아동학대 조사단계에서는 상호 간에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피해아동 및 행위자가 반복 진술을 하는 불편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형사사법포털(KICS)-경찰 APO 시스템-사회보장정보시스템-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있는 정보가 연계 및 공유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법원 단계 전문심리위원들이 아동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강화도 요구된다. ■ 주제발표2 : 장애아동 보호체계의 공백: 학대피해 이후 외면되는 장애아동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현재 아동학대 피해 아동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장애인 학대 피해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지원을 받는다. 이렇게 두 체계가 분리돼 있다 보니, 장애아동에 대한 지원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비장애아동 중심,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비아동 중심의 지원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애아동 학대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확보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적절한 대응이나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장애아동은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일반 아동에 비해 높고, 학대에 대한 저항 강도도 비교적 낮다. 또한, 장애아동의 경우, 특화된 보호와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시각을 보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장애인복지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장애아동 보호를 위한 통합적 접근과 협력의 구조가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개정안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 매뉴얼 구체화, 정보 연계 시스템 정비, 실무자 교육 강화 등 실행단계에서의 정교한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주제발표3 : 영아 학대 사망, 어떻게 발견하고 예방할 것인가?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희송 실장·정규희 연구원 전체 아동학대 사망 사례의 절반가량(46%)이 생후 1년 미만 영아에게 발생하지만, 상당수가 사고사나 자연사로 처리돼 공식 통계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는 영아 보호를 위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영아 학대 사망은 대부분 임신 단계에서 시작된 복합적 위기 상황이 출생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만성적인 학대나 방임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기에 물리적 폭력의 흔적이 없어 방임·부주의로 인한 사망 등도 단순 사고나 자연사로 위장되기 쉬워 영아 사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구축·운영 중인 아동사망검토시스템(NFS-CDRS)에는 지난 8년간 축적된 3048건의 아동 부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동학대 사망의 패턴과 위험 요인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 수요 기관들은 NFS-CDRS 등을 활용한다면 영아 학대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아동 사망 사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아동사망검토제도(Child Death Review·CDR)의 법제화 과정에서 이 NFS-CDRS가 역할을 한다면 다양한 기관 간 더욱 유기적인 아동보호 협력 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제발표4 : 아동학대 판단 이후 아동보호서비스의 현황과 한계박우근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 9살 아동이 여행가방에 갇혀 사망한 천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2021년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가 시행됐다. 현행 아동 분리는 법원이 개입하는 사법절차와 지자체가 판단하는 행정 절차로 이원화돼 있다. 즉각분리제도의 시행은 신속한 절차로 위기 상황의 아동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아동과 부모의 기본권 침해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결국 아동의 분리는 아동학대처벌법 상 피해아동보호명령 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법 심사에 기반하여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의 주체에 검사를 포함시킨 최근의 법률 개정은 매우 고무적이다.하지만, 수사기관이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사례에 대해 지자체 등이 피해아동보호명령 청구를 포기하게 되는 등의 경향을 갖지 않을까 우려가 없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분리가 아동 최상의 이익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사회복지적 판단에 의해서 보호조치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논술전형 늘고 수능최저기준 낮아져…학폭사항 의무 반영 2026학년도 대입 주요 변화 및 전략 지난해 7월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5대입 수시, 정시 지원전략 특집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입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2026학년도 대입은 많은 대학들이 기존 선발 전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변화된 내용들이 있다. 모집인원, 수험생 수, 전형방식 등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2026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최종 모집요강 변동 가능)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전체 모집인원은 34만5179명이다. 의대, 간호대, 첨단 분야 등의 규모 확대로 인해 전년 대비 4245명 증가했다. 이 중 수시모집은 79.9%로, 최근 5년간의 수시 선발 비율 중 가장 높다. 정시모집은 20.1%로, 모집인원과 선발 비율 모두 감소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소장 우연철),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소장 이치우),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김병진 소장), 대성학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6학년도 대입 주요 변화 및 전략을 분석했다.수시, 신설 전형에 주목2026학년도에도 수시모집은 학생부위주전형, 정시모집은 수능위주전형 중심의 선발 기조를 유지한다. 수시모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형은 학생부교과로, 전체 수시 모집인원의 56.4%에 해당하는 15만5495명을 선발한다. 주목되는 점은 수도권 주요 대학인 국민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인하대 등이 새로운 전형을 도입했다는 것이다.성균관대는 기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서류 100% 위주로 선발해왔으나, 올해부터는 면접을 포함한 '성균인재전형'을 신설한다. 우연철 소장은 “2년 전 도입된 과학인재전형은 수학·과학 중심의 교과 기반 면접이 이뤄졌기 때문에 특목·영재고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았다”며 “반면, 올해 신설된 성균인재전형은 인적성 면접을 도입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형은 사범계열, 스포츠과학, 의예, 자유전공계열, 글로벌융합학부에서 총 266명을 선발한다.이화여대는 기존 미래인재전형(서류형)에 더해 면접형을 새롭게 도입한다. 모집인원은 200명으로 서류형(895명)에 비해 적지만, 서류형보다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을 면접형으로 운영했던 인하대는 올해 서류형 학종을 재도입한다. 우연철 소장은 “일반적으로 서류형이 면접형보다 합격선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입결 차이는 크지 않았다”며 “학생부종합 서류형은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충원율이 높은 경향이 있으므로 적극적인 지원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일부 대학들은 기존 전형의 세부적인 반영 비율을 조정했다. 고려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서류 평가 비중을 줄이는 한편, 학생부종합전형 계열적합형에서는 면접 비중을 낮추고 서류 반영 비율을 높였다. 이화여대 고교추천전형에서 면접을 폐지했다. 반대로, 성신여대 자기주도인재전형, 광운대 광운참빛인재 면접형, 세종대 세종창의인재 면접형, 한양대 학생부종합 면접형은 면접 비중을 확대했다.특히, 광주교대의 학생부교과전형 신설이 눈에 띈다. 교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율이 높은 편인데, 광주교대는 교직적성우수자1전형(30명)과 전남인재전형(45명), 다문화전형(3명)을 교과전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우연철 소장은 “2024학년도 경인교대 사례를 보면, 당시 학생부교과전형(학교장추천)의 평균 입결은 2.44, 학생부종합전형(교직적성)은 1.99로 교과전형의 입시 결과가 더 높았다”며 “다만, 광주교대 교과전형의 경우 경인교대 사례와 다르게 수능 최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과전형 입결이 학종 입결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우수한 내신을 갖추고 있지만 수능최저기준이 부담되는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9월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를 앞두고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논술전형 선발 증가논술전형 선발인원은 전체 모집의 4%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도권 주요 대학들과 부산대, 경북대 등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에서 실시하고 있고, 비교적 낮은 내신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전형이어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매년 논술전형 실시 대학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고려대, 상명대, 신한대, 을지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에는 강남대와 국민대가 논술전형을 새롭게 도입했다. 11년 만에 논술전형을 재도입한 국민대는 총 23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의약계열의 경우 단국대, 이화여대, 한양대가 의대 논술을 신설하고, 단국대가 치대, 경북대와 덕성여대가 약대 논술을 신설했다. 반면 연세대(미래) 의대는 과학논술을 폐지하고 수리논술만 실시한다. 이에 따라 과학논술 시행 대학은 경희대(의, 약학계열), 아주대(의예), 경북대(자연) 등이다.한편, 2026학년도 논술전형 실시 대학은 가천대, 가톨릭대, 강남대,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덕성여대, 동국대, 동덕여대, 삼육대, 상명대, 서강대, 서경대, 서울과기대(자연), 서울시립대(자연), 서울여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수원대, 숙명여대, 숭실대, 신한대, 아주대, 연세대, 을지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공학대, 한국외대, 한국항공대, 한신대, 한양대, 홍익대, 경북대, 고려대(세종), 단국대(의/치), 부산대, 연세대(미래), 홍익대(세종), 한국기술교대 등이다.논술전형은 일반적으로 인문계열은 언어논술, 자연계열은 수리논술을 시행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약술형 논술을 실시한다. 대학의 논술유형 및 기출문제는 각 대학 입학처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술전형에 지원할 때에는 대학별로 논술유형과 수능최저학격기준 적용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한양대는 올해 논술전형에서 전 모집단위에 최저기준을 도입한다.우연철 소장은 “논술전형의 경우 경쟁률이 높지만,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충족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2024학년도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을 공개한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의 자료를 보면 논술을 응시하더라도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이 40%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 흐름수능최저학력기준은 대학이 설정해 놓은 합격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말한다. 아무리 학생부 교과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할 수밖에 없다. 대학마다 심지어 동일 대학 내에서도 계열이나 모집단위에 따라 기준이 다르게 설정되기 때문에 지원할 때는 이를 잘 확인해야 한다.2026학년도에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대학들이 있다. 고려대는 학교추천전형에서 탐구 과목 반영 개수를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또한, 학생부종합 학업우수전형의 반도체공학, 차세대통신, 스마트모빌리티의 최저기준을 기존 4개 영역 합 7에서 4개 합 8로 완화한다. 특히 논술전형에서 경영대학이 4개 합 5라는 높은 기준을 적용했으나, 올해는 다른 학과와 동일하게 4개 합 8로 대폭 완화했다.국민대 교과성적우수자전형(인문), 서울시립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숙명여대 지역균형선발전형(약학 제외), 숭실대 학생부우수자전형, 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인문, 국제), 논술전형(인문, 국제)도 모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낮췄다. 이치우 소장은 “서울시립대의 경우 전 계열 수능 최저학력기준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하고, 지난해 '국수영탐(1) 중에서 3개 영역 등급 합 7'에서 '3개 영역 등급 합 8, 한국사 4등급 이내'로 최저기준을 완화했다”며 “숙명여대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2개 영역 등급 합 5'에서 '등급 합 6'으로 완화했다”고 설명했다.상명대 고교추천전형,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Ⅱ와 서울여대 논술우수자전형은 최저기준을 아예 폐지했지만, 반면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새롭게 도입한 대학도 있다. 일례로 이화여대는 고교추천전형에서 면접을 폐지하는 대신 수능최저학력기준(국어, 수학, 영어, 탐구(1) 중 2개 영역 등급 합 5)을 반영한다.성균관대 계약학과 추가 설립2026학년도 첨단 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선발은 13개 대학, 총 18개 학과에서 실시한다. 올해 성균관대에 계약학과가 추가로 설립되면서 전년도보다 1개 모집단위가 늘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7월 삼성SDI와 '배터리공학과' 설치 협약을 체결해 2026학년도 첫 입학생을 시작으로, 10년간 매년 30명 규모의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올해는 가천대(클라우드공학과), 고려대(반도체공학과, 차세대통신학과,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서강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반도체시스템공학과,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배터리공학과), 숭실대(정보보호학과), 연세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한양대(반도체공학과), KAIST(반도체시스템공학과), 경북대(모바일공학전공), DGIST(반도체공학과), POSTECH(반도체공학과), UNIST(반도체공학과), GIST(반도체공학과) 등 41개 대학에서 780명(성균관대 배터리공학과 미반영)을 선발한다.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졸업 후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경쟁률은 물론 입결과 충원률이 높은 편인데, 특히 올해는 의대 증원 여부가 입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종로학원 2025대입 수시, 정시 지원전략 특집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배치표를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정시, 학생부 반영 대학 증가내신성적을 비롯한 학생부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수험생들은 정시를 주요 전형으로 삼고 준비한다. 하지만 2026학년도 대입에서는 학생부를 정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늘었다. 기존에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대의예, 치의예가 정시에 학생부를 적용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성균관대 사범계열 학과(학생부 종합평가 20% 적용), 연세대, 한양대 등도 이에 합류한다. 다만, 연세대와 한양대는 모든 모집단위(예체능계열 제외)에 학생부를 반영하지만, 반영비율은 각각 5%, 10%로 낮은 편이다.이밖에 고려대는 2024학년도부터 정시에서 교과성적을 20% 반영하는 전형(교과우수전형)을 실시해오고 있다. 3학년 2학기까지의 전 교과 모든 과목의 성적을 교과전형과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해 평균등급을 산출하기 때문에 내신성적 관리를 충실히 해온 수험생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정시 선발(지역균형전형, 일반전형)에서 교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각각의 교과평가 비율은 지역균형전형은 40%, 일반전형은 2단계에서 20%를 반영한다. 부산대는 의예과와 치의예과에 한해 학업역량평가를 실시해 20%를 반영한다.정시에서의 또 다른 변화는 수능 응시 지정 과목(수학, 과탐) 폐지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김병진 소장은 “2025학년도 대입부터 많은 대학이 자연계열에서의 수학(미적분/기하 중 택1), 탐구(과학탐구) 수능 응시 지정을 폐지했다”며 “2026학년에는 고려대, 홍익대 등이 수능 응시 지정 과목을 폐지했는데, 대신 과학탐구 또는 미적분/기하 과목 응시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외에 고려대, 숙명여대(과탐 1과목 필수), 인천대, 홍익대는 2026학년도 대입부터 탐구 과목 응시 제한을 없앴다. 경상국립대, 숭실대, 연세대(서울)는 수시와 달리 정시에서 선택 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한편, 올해부터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수시, 정시 모든 전형에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의무 반영한다.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새학기 스트레스, 아이들도 ‘번아웃’을 경험한다 아이의 번아웃은 처음엔 새학기 스트레스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하면 장기적인 학습태도와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호자와 교사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정신·신체 피로 느낄 때 가능성 커“학교 가기 싫다” 불평 아닌 다른 뜻감정기복 심하거나 무기력증은 신호감정 정리해서 표현할 기회를 줘야숙면 및 목표 달성으로 성취감 유도테라피·가족 캠핑·산책 활동 효과적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대체로 아이들의 일상은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크게 달라진다. 새 교실, 새로운 친구들, 달라진 시간표 속에서 익숙했던 패턴이 깨지고, 적응할 일도 늘어난다. 이는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다. 방과 후 활동이나 사교육 스케줄까지 바쁜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새학기와 함께 무력감에 빠지는 아이들이런 과정에서 아이들도 얼마든지 새학기 스트레스와 별개로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새학기 초반, 아이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며 번아웃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이현아 서울 개일초 교사(좋아서하는어린이책연구회 대표)는 “아이들은 배움을 즐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존재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7세 고시'와 같은 조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성취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나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자리 잡으며 좌절감과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압박이 계속되면 점차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겪는 번아웃의 위험성을 설명한다. 아이의 번아웃 신호를 단순히 “학교 가기 싫다”는 불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번아웃의 신호를 감지하고 회복하기아이의 번아웃을 조기에 감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새학기 스트레스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하면 장기적인 학습 태도와 자존감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와 교사가 아이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아이의 감정 기복이 심해졌거나, 예전과 달리 무기력해 보이거나, 학업 집중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면 그 뒤에 번아웃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두통, 복통, 불면증 등 신체적 통증이나 피로를 자주 호소하는지도 잘 살펴보자. “너무 힘들어” “다 귀찮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같은 말을 자주 하는 것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번아웃의 신호다.번아웃을 예방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냥 괜찮아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아이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마음껏 놀고,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틈'을 갖도록 시간과 공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반드시 이러한 '틈'이 주어져야만 아이가 스스로 회복할 힘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감정 표현을 위한 다양한 대화법 활용다음으로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화법을 활용해보자. 아이들은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럴 때는 기분 스티커, 감정 일기, 감정 카드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오늘의 기분을 간단한 그림이나 색깔로 표현하게 하면 부담 없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아이가 편안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어떤 점이 힘든지, 어떤 변화가 생기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지 얘기해보고 실질적인 개선법을 함께 해보는 것이 좋다.번아웃 증상이 보인다면 챙겨야 할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수면이다. 특히 새학기 초기에는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 숙면을 유도할 수 있도록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규칙적인 취침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학업 성취에 부담을 느껴 번아웃 위기가 왔다면, 큰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을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유도해보면 좋다. “30분 공부 후 5분간 몸을 움직이며 쉬기” “국어 5문제 풀고, 좋아하는 간식 먹기” 등 작은 성취와 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챌린지를 제안해보자. 작은 활동에 효능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학업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미술이나 음악을 활용한 테라피 활동, 가족 캠핑이나 산책 등 정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자연 속 활동도 효과적이다.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번아웃을 대하는 보호자의 역할과 태도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가볍게 여기거나, 올바른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해 “다들 힘들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로 문제를 축소하거나, “조금만 더 참아보자”라는 식으로 버티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번아웃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그보다는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어떤 점이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져?” “네가 힘들다는 걸 알아. 우리 같이 해결 방법을 찾아볼까?”처럼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고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한 가지만 해보자. 다 못해도 괜찮아”처럼 작은 성취 경험을 통해 부담을 줄여주되, 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독려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조급해하지 않기. 그것이 번아웃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번아웃 겪는 아이를 위한 이현아 교사의 추천 그림책'너의 발걸음에 사랑을 담아'(글·그림 비르기타 시프 , 옮김 이현아 / 나무말미 ) 그림책 '너의 발걸음에 사랑을 담아'는 아이들에게 삶이란 단순한 경쟁이 아니며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작품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시작하는 용기'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 '속도를 늦추고 순간을 즐기는 힘' 등 삶에서 기억해야 할 8가지 지혜를 담고 있다. “당장 모든 일을 잘할 필요는 없어” “때로는 무너져도 괜찮아” 같은 문장은 아이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박은아 객원기자
중학생은 공부를 발로 한다 박미자 |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저자·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 “한정우입니다. 저는 앵무새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무새는 온도에 예민해서 새장 옆에 온도계를 두고 수시로 살펴봅니다. 앵무새가 제 말을 따라 할 때 신기합니다….”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정우의 발표가 끝났을 때 친구들은 많은 질문을 했다. 정우에게 앵무새가 보고 싶다며 초대해달라는 친구도 있었다. 같은 반 친구인 정우가 키우기에 앵무새에 더 관심이 가고 좋은 것이다.“김은영입니다. 저는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잘은 못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타를 치며 불러보겠습니다.” 친구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기타 줄을 고르는 은영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꿈이 가수냐”고 물었다. 은영은 “취미로 배운다”고 대답했다.10대 청소년들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더 잘 배운다. 앵무새나 기타처럼 이론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 알고 있던 지식과 정보도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배우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해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실제 청소년기의 뇌는 뉴런 간의 연결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관찰과 탐구가 중요한 시기다. 전두엽의 발달로 추론, 판단력, 충동 조절 능력이 강화된다. 이는 복잡한 인지적 작업을 수행하고, 정서적으로 성숙하게 만들며, 사회적으로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든다. 즉 청소년기에는 경험한 현장체험과 탐구활동,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배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단순한 생각을 복잡한 생각으로 구체화하며, 감각적인 경험을 토대로 추상적인 사고력을 발달시킨다.새학년이 된 자녀를 3월 한달 동안 너그럽게 격려해주던 부모들도 4월 이맘때쯤이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공부를 좀 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참다 못한 부모가 “중간고사는 언제야?”라고 한마디 하면, 아이들은 “알아서 할 게” 대수롭지 않게 응수한다. 이에 대다수 부모는 “알아서 하기는…”이나 “지켜볼 건데, 안 되면 내 말 들어” 식으로 으름장을 놓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알아서 하겠다니 고마워” 또는 “네 말을 믿을게” 등의 말로 공감해주는 것이 먼저다. 그런 다음 “엄마(아빠)가 도울 일 있으면 말해줘. 사랑해”라는 말로 자녀를 응원해주는 것이 좋다. 뇌 발달 단계를 고려해서라도, 부모는 청소년 자녀가 공부 못지 않게 사고의 범위와 영역을 넓히는 경험을 다양하게 하도록 지지해줘야 한다. 이 경험들이 쌓여 자신에 대해서 기억하고 학습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아이가 학교 현장체험학습 집합 장소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합니다. 허락해도 될까요?” 서울시교육청의 '찾아가는 이야기 카페'에서 만난 중학생 부모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이들은 “다칠까 봐서…” “약속시간에 늦을까 봐” 등을 걱정했다. 필자는 “걱정 대신 안전장비 착용 같은 주의사항을 알려준 뒤, 아이들이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믿고 격려해주시라”고 말씀드렸다. 친구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보겠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의 경험이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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