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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우리 생활 속에 늘 함께 있어요” '청소년 법마음 교육'타인에 대한 존중, 공동체 중요성 배워법의 필요성과 적용방법 게임으로 익혀학생 스스로 법 만들도록 프로그램 구성법 신뢰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김미영기자수정 2025-11-17 19:05 등록 2025-11-17 17:22클립아트코리아, 사진 NSI 제공국가 간 교류와 영향력이 증가하는 현대 사회는 문화, 경제, 환경, 인권 문제 등이 전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다. 기후위기, 자원고갈, 환경오염, 인권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국제적 협력과 대응이 필수적이며, 각 나라의 다양한 제도·법률·문화·언어·종교·식습관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도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재단법인 NSI(New Society Institute)가 미래세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글로컬시티즌십 함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반장식 NSI 원장은 “미국의 경우 청소년 대상 교육에서 경제교육, 법치교육이 두 축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경제교육이 보편화된 반면 법치교육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NSI가 2025년부터 '청소년 법마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라며, 학교와 기업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청소년 눈높이 맞춘 '법마음 교육'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법마음 교육'은 타인에 대한 존중, 사회,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며, 법을 알고, 신뢰하고, 행동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법의 존재 이유와 제정 과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주변의 법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학생 스스로 필요한 법을 만들어 제안하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실제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법마음 교육' 현장. '법마을 탐험대'라는 이름의 특별한 수업이 열린 날, 교탁 앞에 선 교사가 학생들에게 “법이 왜 필요할까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 서로 눈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수업이 끝날 즈음, 한 학생이 말했다. “법이 있으니까 학교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군요.” 그러자, 또 다른 학생이 이어서 말했다. “법이 없으면 내 권리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현실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규칙이 주어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해 토론하고 그림 그리기를 통해 표현한 결과다. 이날 수업에서는 급식실과 화장실 등에서 줄을 서야 하는 이유, 줄을 서지 않았을 때 일어날 일 등에 대해 토론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했다.이날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한목소리로 “법을 만드는 역할극을 하면서, 법을 만들고 지키는 일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임을 알았다” “타인과 갈등을 해결하고,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이렇듯 '청소년 법마음 교육'은 법을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의 삶과 밀접히 연결된 생활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 결과 교육 이후 법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교사들은 “친구의 물건이나 의견을 존중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향상됐다”거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게 여기는 학생들이 늘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생활 속에서 '숨은 법'을 찾다'법마음 교육'은 법의 의미와 필요성,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총 1부와 2부로 나눠 총 4차시로 구성된다. 1부 수업 첫 시간에는 '우리 생활 속에 법이 숨어 있어요'를 주제로 영상과 카드놀이를 통해 법을 찾아본다.세부적으로 교육기본법, 도로교통법, 학교폭력예방법, 학교급식법 같은 실제 법률 조항을 토대로 게임을 진행한다. “신호등 없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 횡단 여부와 관계 없이 차량이 일시정지 해야 한다”(도로교통법), “단체 채팅방에서의 조롱, 댓글을 통한 모욕, 사진이나 영상 유포 등이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학교폭력예방법), “학교급식을 위한 시설과 설비를 갖춘 학교는 영양교사와 조리사를 두어야 한다”(학교급식법) 등의 예문들이 게임 속 카드에 등장하자 학생들은 “아! 이게 다 법이구나”라고 놀라워하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세계의 특이한 법' 퀴즈에서는 본래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동물인 금붕어를 한 마리만 키우면 동물학대가 되기 때문에 '금붕어를 한 마리만 키워서는 안 되는' 스위스 법률, 미식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측면에서 '어릴 때부터 미각을 발달시키도록 초등학교에서 케첩을 금지'하는 프랑스 법률, 아무곳에서나 껌을 씹고 뱉으면 거리가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이를 막는 싱가포르의 '껌 금지법' 같은 독특한 사례를 문제를 풀며 살펴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법이 그 나라 문화와 생활을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사실과 함께, 타인에 대한 존중, 공동체의 중요성 등을 배운다.'법마을 놀이'로 배우는 권리와 책임'법마음 교육'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2부 '법마을 놀이'다. 교실이 작은 마을로 변신하는데, 학생들은 미용사, 경찰관, 직장인, 국회의원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실제로 사건에 대응하는 훈련을 한다.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 사이버폭력, 해킹 사고 같은 상황이 주어지면 국회의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법률을 제정한다.“과속 때문에 사고가 났으니 주택가 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춰야 해요.”“사이버폭력을 막으려면 온라인에서도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법에 써야 해요.”“딥페이크나 이상한 앱을 만드는 사람은 처벌받아야 해요.”학생들은 토론 끝에 교실 칠판에 직접 '법'을 적어내려갔다. 역할극을 통해 나와 이웃의 권리를 지키는 법의 기능을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수업 마지막에는 '좋·아·바(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바라는 점)'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지는데, 한 학생은 “법은 경찰관만 지키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청소년 법마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 사이버폭력, 해킹 사고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해결방안들을 토론한 뒤 직접 관련 법률을 만드는 체험을 한다. NSI 제공교사들이 전한 참여 후기 '긍정적'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에 참여한 교사들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평소 접하는 게임, 교통, 학교생활을 사례로 하다 보니 집중도가 높았다”며 “법을 강의로 배우는 게 아니라 놀이와 토론으로 경험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다른 교사는 “'법마을 놀이'에서 학생들이 국회의원 역할을 맡아 법을 만드는 장면이 특히 의미 있었다”며 “법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위해 우리가 직접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약속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체감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전했다.또 다른 교사는 “법마음 교육 후 학생들이 교실 게시판에 '법이란 내 친구를 지켜주는 울타리'라는 문구를 적어놔 깜짝 놀랐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이 법치주의와 더불어 나의 권리와 책임, 의무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태도를 배운 값진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공동체를 지키는 '법마음' 중요성2025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초등학생 500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내년에는 교육 대상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강희찬 미래교육센터장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법은 청소년들에게 낯설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NSI의 '법마음 교육'은 법을 현실의 문제 해결 도구로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공동체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법마음 교육'이 특별한 이유는 생활 속 규칙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가 되는 법치주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다양성과 상호존중, 그리고 협력의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길러준다.박상래 NSI 책임은 “법마음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한 법 교육을 넘어 민주시민 교육의 실험장”이라며 “청소년들이 민주사회의 주인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이해하는 미래 사회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함께 더 잘 살기 위해 법이 필요함을 알려주세요”강희찬 NSI 미래교육센터장 인터뷰 재단법인 NSI는 2023년부터 공동체의식을 갖춘 미래세대 양성을 핵심 비전과 사명으로 정하고 청소년 법마음 교육, 대학생 공공인재 스쿨, 청년 국가재정 마스터 사업 등 미래세대 교육을 중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다.강희찬 미래교육센터장은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탱하는 세 가지 축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이지만, 그중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와 실천이 부족해 공동체의식 약화, 사회적 갈등 심화 등 사회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에 '청소년 법마음 교육'을 2025년부터 공식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다음은 강희찬 미래교육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 교육이 왜 필요한가.“법치주의 교육은 글로컬 시민의 핵심 역량이다. 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능력은 지구촌이 직면한 정의, 인권, 평등, 환경과 같은 보편적 글로벌 이슈를 지역사회에서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NSI가 청소년 법마음 교육을 중시하는 이유는.“법은 단순히 위반 시 처벌받는 강제적인 규율이 아니다. 법치주의는 정의와 공정성을 바탕으로 모두가 예측 가능하게 행동하고,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국가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미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협력하며,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의 정의, 역할, 가치를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법마음'을 갖춰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청소년들의 법치주의 의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현재 초등학생을 포함한 우리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개인의 권리에 민감하다. 하지만, 법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합의와 절차'의 관점에서 이해하기보다는 '나에게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규율' 또는 '정의롭지 않은 어른들이 만든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NSI의 '법마음 교육'은 직접 법을 만드는 체험을 통해 법이 '우리 모두의 필요와 합의'에 의해 시작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법마음 교육을 하면서 느낀 보람이 있다면.“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이 '법은 재미없고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숨은 법 카드놀이'나 '법 만들기 역할극'과 같은 체험 활동을 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법마음 교육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소개해달라.“한국경제인협회 후원으로 진행된 올해 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전국 교육청의 협조로 2025년 115개 학교, 200개 학급 5000명의 초등학생들을 교육했다. 내년에는 교육대상을 전국 300개 학급 이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법치주의의 심화된 가치인 경청, 협의, 갈등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개발한 '외계 협상왕을 찾아라'도 교육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청소년들의 법치주의 함양을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솔선수범이 필요해 보인다.“일상 속에서 신호 준수, 공공장소 예절 등 사소한 규칙이나 약속도 존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가정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법치주의 교육현장으로, 가족 회의 통해 청소, 용돈, 취침 시간 등 가족 규칙을 제정할 수 있겠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대할 때 인격과 권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 대신 '왜' 그 규칙이 필요한지 대화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 자체가 민주적인 법치주의 교육이다.”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본인 제공
‘나 홀로 육아'에서 부모 연대로…성장하고 위로받는 길 찾아 사회교육'나 홀로 육아'에서 부모 연대로…성장하고 위로받는 길 찾아아이와 양육자 위한 돌봄 커뮤니티 혼자 하는 육아 벗어나 함께 성장하고 위로아빠 공동육아 모임 '위꿀아' 대표적 사례'아빠 육아의 날' 등 아이와 추억 쌓기 노력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활용하면 도움엄마들의 독서플랫폼 '인생책숲'도 있어평소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끼리 시작을 수정 2025-11-10 18:46등록 2025-11-10 17:03공동육아 형태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위꿀아 모임. 사진은 '아빠와 캠핑' 활동 모습. 위꿀아 제공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양육자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심리적 고립감을 마주한다. 육아 정보는 넘치지만 막상 외로움과 막막함은 해결해주지 못하는 시대. 이제 부모들은 아파트 육아 공동체부터 온라인 독서 모임까지,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를 통해 '혼자 하는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고 위로하는 길을 찾는다. 공동육아 형태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위꿀아 모임. 위꿀아 제공 아빠들이 함께 만든 육아 울타리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아빠 공동육아 모임 '위꿀아(위스테이별내 꿀꿀이 아빠모임)'는 양육자들에게 연대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19년생 돼지띠 자녀를 둔 아빠 15명이 주축인 이 모임은, 2021년 아빠 4명으로 시작해 점차 활성화해 나갔다. 2023년부터는 3년째 남양주시 마을공동체사업에 선정, 사업비를 보조받으면서 지역사회로 공동육아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다. '위꿀아' 공동육아모임의 박태관 대표는 “엄마에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반나절, 한나절에서 시작해 이제는 2박3일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아빠와 아이의 추억 쌓기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아빠들의 기억 속에 있는 아빠 모습은 일하는 아빠나 낮잠 자는 아빠라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함께 노는 아빠의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고 모임 취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위꿀아'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아빠 육아의 날'로 정하고 겨울에는 1박2일 눈썰매장, 여름에는 2박3일 캠핑을 떠난다. 아빠들의 재능을 활용한 자체 미술교실, 놀이교실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아이들이 자라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자는 준서 아빠의 제안으로, 위꿀아의 활동 모습을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한다. 특히 지난 6월, 엄마 없이 강화도에서 2박 3일을 보낸 캠핑은 아이들과 아빠 모두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겼다. 공동육아의 가장 큰 힘은 시너지 효과에 있다. 박태관 대표는 “내 아이뿐 아니라 여러 아이를 경험하면서 모든 아이에게 특별함이 있음을 배우고, 이를 통해 아빠들도 공동체 안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공동육아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서로를 '육아 동지'로 여기며 아이를 돌보고 성장시키면서, 양육자들 역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는 아이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꿀아'에는 외동 아이가 많은데, 커뮤니티 안 아이들이 서로의 형제자매가 되어주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유대감을 만들어간다. 여러 아빠들에게 보살핌을 받으면서 느끼는 안정감은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공동체로 확대된다. 공동육아 형태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위꿀아 모임. 사진은 '아빠 육아의 날'. 위꿀아 제공 양육자에게도 양육 친구가 필요해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육아는 결코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공동체 문화가 급격히 흐려지면서 많은 부모가 단절과 고립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는 육아 정보가 넘쳐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유용한 것을 골라내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렵다.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결국, 양육자들이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립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는 진짜 삶을 공유하는 관계에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를 만드는 일은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절실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위꿀아'의 사례처럼 양육자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 교육 중심 커뮤니티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육아 기술을 배우거나 부모의 역할을 공부하고 학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플랫폼도 다양하고, 각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나 보건소, 한국가정건강진흥원 등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부모 교실도 많다. 필요에 따라 조부모 양육교실, 아빠교실 등 양육자 특성에 따라 세분화된 부모 교실을 찾아봐도 좋다. 두 번째 유형은 '위꿀아'처럼 아이를 함께 돌보며 실질적인 돌봄 부담을 줄이는 공동육아형 커뮤니티다. 공동육아는 물리적 거리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생활권 근처에서 찾아보거나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양육자들이 육아 정보를 나누고 육아 품앗이를 할 수 있는 집 근처 공동육아나눔터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다. 한국가정건강진흥원(www.familynet.or.kr) 누리집에서 각 지역에서 운영 중인 공동육아나눔터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독서모임, 취미모임, 부모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인생책숲' 엄마들. 최성희씨 제공 양육자의 힐링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도 있다. 부모 커뮤니티라고 해서 반드시 아이가 중심이 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아이 없는 시간을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인 '오롯이 독서모임'으로 시작해 엄마들을 위한 독서 플랫폼으로 확장한 '인생책숲'이 좋은 사례다.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인생책숲을 공동 운영하는 최성희 대표는 첫째를 키우며 느꼈던 단절감과 성장 욕구 속에서, 둘째 임신을 계기로 '오롯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최성희 대표는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보육을 하면서 엄마들이 너무 소진되는 상황이었다”고 독서모임의 배경을 설명한다. 아이들을 재운 후 밤 10시에 온라인에서 만나는 짧은 시간은, 엄마들에게 절실하고 따뜻한 안식처였다. 최성희 대표는 “모임 초반에는 엄마들이 노트북 앞에서 울기도 했다. 육아를 잘하고 싶지만 너무 막막했던 엄마들에게 힐링의 역할이 됐다”라며 모임의 의미를 회고한다. 점차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모임 분위기도 변했다. 처음에는 육아서 위주로 읽다가 “내가 좀 더 넓은 사람이 돼야 아이들한테도 그런 세상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오롯이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확장한 '인생책숲'은 이제 다양한 형식의 독서모임은 물론 취미 모임과 부모교육 교실 등도 진행하면서 더 풍성하게 양육자의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엄마나 아빠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개인으로서 마음을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공동육아 형태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위꿀아 모임. 위꿀아 제공 열린 마음으로 만드는 건강한 연대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절감해도, 막상 주변에 적절한 모임이 없다면 주저하기 쉽다. '위꿀아'와 '인생책숲'의 사례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직접 모임을 운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꿀아'의 박태관 대표는 공동육아를 시작하려는 부모들에게 “옆집, 같은 동네, 같은 어린이집 등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끼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면서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쉽게 모이기 힘들 수 있으니, “3~4집의 규모도 작다고 생각하지 말고 거기서부터 시작하길 권한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박태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감정 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박 대표는 “육아 모임은 아이가 있다 보니 내 아이가 피해 입는 것에는 부모가 민감해질 수 있다”며, “나와 다른 부모의 교육관과 아이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고 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모임, 취미모임, 부모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인생책숲' 엄마들. 최성희씨 제공 '인생책숲'의 최성희 대표 역시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서로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마음으로 만나면 아무리 다양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여도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양육자 커뮤니티는 '나 홀로 육아'라는 짐을 내려놓고 함께 성장하는 연대의 무대다. 양육자들은 공동체 안에서 힘든 경험을 나누며 위로받고, 다양한 육아 방식과 지혜를 배우며 양육자로서도 성장할 수 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힘은, 양육자가 먼저 행복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박은아 객원기자
‘케데헌’ 까치와 호랑이 만나러 갈까…가을 단풍길 따라 우리 역사 여행 사회교육'케데헌' 까치와 호랑이 만나러 갈까…가을 단풍길 따라 우리 역사 여행아이와 함께하는 역사탐방수정 2025-11-03 18:56등록 2025-11-03 17:37창경궁 제2경 물빛연화 대춘장지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고궁과 왕릉 산책으로 역사 배워역사 속 인물 재현 소규모 극 관람조선시대 문화·예술·생활 체험왕릉 이야기를 3D 영상과 VR로역사체험·자연체험 동시에 가능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자 배우기 좋은 계절이다. 땅 위로 억새가 출렁이고 붉은 단풍이 물드는 이 시기, 역사는 교과서 속이 아니라 숲길과 궁궐, 미술관에서 살아 숨쉰다. 올가을에는 곳곳의 역사 공간에서 짧은 가을을 만끽하며 역사 공부까지 함께 해보자. 빛으로 피어나는 궁궐, 창경궁 '물빛연화' 창경궁 춘당지는 단풍과 고궁이 어우러지는 도심 속 대표 명소로, 특히 춘당지의 연못에 비친 단풍이 인기다. 올해 창경궁은 밤에 더욱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는 지난 3월7일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창경궁 야간 개장 물빛연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9월10일부터 11월8일까지 8개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체 상영' 기간이 절정의 낭만을 선사한다. 춘당지 일대를 따라 펼쳐지는 8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고궁의 정취와 어우러지면서, 조명과 음악으로 완성된 '빛의 정원'을 만들어낸다. '화(花, 華, 話, 畵, 和, 化)'라는 동음이의어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빛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이야기가 흐르는 물길을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창경궁 입장료는 1000원이며 한복을 입으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온 가족이 함께 한복을 입고 고궁의 밤을 거닐며 낭만적인 추억을 쌓아보자. 창경궁·창덕궁 동궐동락 포스터. 국가유산청 제공 창덕궁·창경궁을 넘나드는 '동궐동락'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11월11일부터 16일까지 야간 궁궐 활용 프로그램인 '동궐동락'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동궐'로 불렸던 창덕궁과 창경궁에서 진행되는 야간 탐방 프로그램으로, 해설과 극 관람을 함께하는 몰입형 궁궐 탐방과 동궐 후원 자유 관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도화서 화원의 해설을 들으며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서 출발해 명정전, 환경전, 통명전, 대춘당지까지 이동하며, 역사 속 인물의 일화를 재현한 소규모 극을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평소 개방되지 않았던 영춘문을 통해 창덕궁과 창경궁 후원을 오가며 자유 관람을 하는 시간도 주어진다. 단풍이 내려앉은 궁궐의 밤을 천천히 거닐며 조선의 문화와 예술,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동궐동락'은 하루 4회(오후 6시, 6시20분, 6시40분, 7시) 110분간 운영되며,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회차당 50명씩(1인당 최대 4매) 예매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당 3만원이다. 창경궁 제7경 홍화의 물빛 진출로1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가을에만 열리는 조선왕릉 숲길 국가유산청이 11월 말까지 전면 개방하는 조선왕릉 숲길 9개소도 좋은 가을 나들이 선택지다. ▲구리 동구릉 '휘릉~원릉 및 경릉~자연학습장 숲길' ▲남양주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 ▲남양주 사릉 '능침 뒤 소나무길' ▲서울 태릉과 강릉 '태릉~강릉(어린이 마당)' ▲서울 의릉 '천장산~역사경관림 복원지' ▲파주 장릉 '능침 북쪽 숲길' ▲화성 융릉과 건릉 '융릉~건릉 숲길' ▲파주 삼릉 '영릉~순릉 작은 연못 및 공릉 능침 북쪽 숲길' ▲여주 영릉과 영릉 '영릉 외곽 숲길' 등이 그 주인공이다. 왕릉을 둘러싼 숲길을 걸으면서 역사 공부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숲길 개방 시간은 11월 기준 오전 9시~오후 4시30분이며, 월요일은 쉬어간다. 자세한 사항은 각 조선왕릉 관리소에 문의하거나 국가유산청(www.khs.go.kr)과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9개 숲길 중 파주 삼릉은 지난 9월 새단장한 파주삼릉역사문화관을 통해 더 다채롭게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파주삼릉역사문화관은 '파주 삼릉 알아보기' '조선왕릉 알아보기' '실감형 영상' 세 구역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 제8대 예종의 원비 장순왕후의 공릉, 제9대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의 순릉, 추존 진종과 효순황후의 영릉 등 세 능의 이야기를 3D 영상과 VR 체험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실감형 영상' 구역에서는 왕릉의 석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능을 지키는 장면이 미디어아트로 구현된다. 아이들과 함께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파주삼릉역사문화관은 11월~1월 기준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가을 억새 무르익은 동구릉 '건원릉 능침' 가을 억새가 절정에 이르는 11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무덤도 잠시 문을 연다. 구리시 동구릉의 건원릉 능침은 평소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지만, 11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 동안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씩 특별 개방된다. 건원릉은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봉분이 억새로 덮인 무덤이다. 태조의 고향 함흥에서 옮겨온 억새로 덮으라는 그의 유언이 전해지며, 그 위로 해마다 가을이 오면 황금빛 물결이 넘실댄다. 왕릉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조선 건국의 역사를 배우고, 억새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별 개방은 무료로 진행되며, 참가 신청은 오전 10시부터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을 통해 회당 20명씩 선착순(1인당 최대 4명)으로 가능하다. 당일 현장 접수(회당 10명)로도 참가할 수 있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단풍나무숲길 야경. 단풍길 위에서 배우는 역사, 독립기념관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i815.or.kr)은 멋진 단풍길로 가을에 특히 인기가 높은 나들이 장소다. 상설 전시 및 기획 전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운영되며 자연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캠핑장도 운영해 1박 코스의 여행지로도 적합하다. 11월9일까지는 단풍나무숲길 야간 개장도 진행한다. 초등학생 이상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독립기념관 토요 나들이' 프로그램도 챙겨볼 만하다. 전시관에서 만나야 할 전시물들이 담긴 카드를 보면서, 전시관을 둘러보며 숨겨진 이야기를 직접 찾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요 나들이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전시관 앞에서 선착순 현장 접수로 참여할 수 있다. 독립기념관은 겨울(11월~2월)엔 오전 9시30분~오후 5시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개관) 휴관한다. '케데헌' 속 까치와 호랑이 만난다 삼성 리움미술관 소장 까치호랑이. 19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리움 제공 아이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봤다면, 서울 이태원로 리움미술관으로 호랑이와 까치를 만나러 함께 가보자. 리움미술관은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을 통해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를 선보인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시대별 호작도를 비교하면서, 한 장의 그림에 담긴 조선 민중의 유머와 세태 풍자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592년에 그려진 '호작도'가 국내 최초로 공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관람객이 직접 '호작 엽서'를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 미술로 역사 감각을 일깨우는 흥미로운 시도다. 전시 관람 후에는 야외 마당을 산책하거나, 인근 남산 둘레길을 걸으면 더 풍성한 가을 나들이를 완성할 수 있다.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는 11월30일까지 열리며, 자세한 사항은 리움미술관 누리집(leeumhoam.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광화문 뮤지엄런 포스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박물관·미술관 달리고 전시도 관람 러닝에 관심이 있는 가족이라면 다 함께 특별한 달리기를 하면서 색다르게 도심의 역사 공간을 즐겨보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10월31일부터 11월3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 등 8개 주요 국·공립 문화기관과 참여형 러닝 이벤트 '광화문 뮤지엄 런'을 개최한다. 오프라인(1·2노선)과 온라인(3노선)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2 노선은 각각 경복궁과 덕수궁을 중심으로 광화문 일대 8개 기관을 잇는 실제 달리기 코스다. 1노선은 안국역 1번 출구를 출발점으로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을 거쳐 대한민국역사박물관까지 달린다. 2노선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출발해 청계천 산책로,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3노선은 러닝 플랫폼 '런데이' 앱을 활용해 주변을 8분간 달리거나 걷는 온라인 참여형 노선이다. 국내외 어디서나 장소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런데이' 앱에 접속해 '광화문 뮤지엄 런' 챌린지로 신청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박은아 객원기자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사회교육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연재 ㅣ 교실 속 세계 세계 속 교실 수정 2025-10-27 19:05등록 2025-10-27 17:02플리마켓은 학생들에게 나눔과 생명 존중의 의미와 중요성,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변희영 교사 제공 변희영| 경기 안산 단원중 교사·세계시민교육연구소 회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시행되면서, 중학교 1학년 도덕에는 새로운 성취기준이 등장했다.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하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기른다.” 교사인 나에게 이 성취기준은 단순한 문장 이상의 의미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온 주제였기에, 제도적으로도 그 필요성이 인정됐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나는 학생들이 이 목표를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고 삶 속에서 실천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수업을 학생 참여 중심으로 전환했다. 기부금 후원증. 변희영 교사 제공 교과서 분석과 문제 풀이에서 출발해 인간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를 토론하며 시야를 넓혔고, 동물 실험 영상을 보며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이후 학생들은 자연과 동물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시로 표현하고, AI SUNO(오디오 생성 인공지능)를 활용해 그 시를 노래로 제작하면서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예술로 확장했다. 배움이 감정과 창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학생들의 배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를 감상하며 육식 소비가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본 후, 학생들이 행동으로 옮길 기회를 만들었다. 사두고 쓰지 않은 문구, 간식류, 인형, 책 등을 집에서 가져와 플리마켓을 열고, 그 수익금을 동물실험 반대 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1학년 학생 161명이 모은 돈 18만원에 내 마음 12만원을 더해 총 3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활동은 도덕 교과의 성취기준이 지향하는 바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업이었다. 생명을 고려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자원을 아끼고 순환시키는 실천, 나눔을 통한 공동체적 책임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플리마켓은 단순한 판매와 기부를 넘어, 세계시민으로서 지구와 생명에 책임을 지는 작은 행동이었다. 아이들의 변화는 매우 구체적인 실천으로까지 이어졌다. “햄버거 하나가 숲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며 육식을 줄이겠다고 다짐한 학생, “채소가 건강과 운동 능력에 도움을 준다”는 깨달음을 얻고 식습관을 바꾸려는 학생도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약 1%에 불과한데도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며,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인간 이외의 동물로 확장해야 한다”고 자신의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학습–표현–실천이 하나의 선순환을 이루며, 교실 안에서 진행된 세계시민교육의 의미가 살아난 순간이었다. 교사인 나 또한 확신을 얻었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직접 느끼고 움직일 수 있는 장을 여는 일이라는 것을. 시 한 편, 노래 한 곡, 플리마켓의 작은 나눔이 학생들에게 생명 존중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려주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지금 우리 교실에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생명을 향한 감수성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다. 교실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언젠가 더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리라 믿는다. 그것이 내가 도덕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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