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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의 빛으로 남은 ‘인간 이태석’의 삶
공식 전기 ‘신부 이태석’ 출간

아프리카 톤즈와 아이들과 함께한 이태석 신부. 김영사 제공
아프리카 톤즈와 아이들과 함께한 이태석 신부. 김영사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울미자 톤즈>(2011)의 주인공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던 고 이태석(1962~2010) 신부의 공식 전기 <신부 이태석>(김영사 펴냄)이 출간됐다.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뒤 사제로 서원한 이 신부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레시오대학을 마치고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에 파송됐다. 그곳에서 암 치료를 위해 귀국한 2008년까지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이자 교사이자 아이들의 벗으로 살았다. 톤즈는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에 습기까지 많아 외지인들이 머물기 힘들어하는 곳이다.

전기는 슈바이처 같은 이 신부의 삶이 자연스런 귀결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 번뇌 속에서 피어났음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이 신부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홀어머니의 꿈을 외면할 수 없어서 의사 대신 사제의 길을 선택하기 앞서 수없이 번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999년 처음으로 아프리카 선교 체험을 갔을 당시 톤즈 인근의 라이촉 마을 한센병 환자 격리촌에 도착했을 때 환자들의 고름 터진 상처와 치우지 않은 배설물에서 난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은 채 도망치다가 주저앉아 하염없이 우는 한 인간의 모습이 담겼다.

이 신부는 그 자리에서 의술을 믿고 아프리카 선교사의 길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자책을 했고, 톤즈 같은 열악한 곳은 의술만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혹독한 상황을 품을 수 있는 선교사로서의 깊은 내적 영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깨달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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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의 공식 전기 <신부 이태석> 표지. 김영사 제공

그럼에도 결국 톤즈에 간 이 신부는 만성 영양실조로 결핵·폐렴·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고, 진료소를 증축하고, 주변 80개 마을에서 의료보조원으로 일할 이들을 교육시키면서, 타고난 음악적 끼가 있음에도 총 소리와 가난에 지쳐 무뚝뚝한 아이들에게 피리·기타·오르간을 가르치는 등 수많은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매일 오전 200~30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학교에서는 수학을 가르치고, 오후엔 밴드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심한 말라리아로 한밤중 문을 두드리는 환자로 인해 자다가 일어나기도 했던 이 신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너무도 헌신적인 봉사가 병을 가중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신부는 2010년 48살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기는 <간송 전형필> <아, 김수환 추기경> 등을 쓴 이충렬 작가가 이 신부의 편지와 이메일, 메모, 축일 카드 등 각종 문서와 사진, 영상까지 총망라해 집대성했다. 또 이 신부가 톤즈로 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제임스 신부를 최초로 인터뷰하고, 톤즈에서 함께 지낸 봉사자들의 육성까지도 담아냈다. 이 작가는 책의 인세 전액을 수단어린이장학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신부 선종 10주기 기념 도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한국살레시오회가 공인한 이 전기에 대해 정호승 시인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무엇이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인지 분명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도 “아름다운 내면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추천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