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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와!’ 대신에 ‘이 문장 참 좋구나!’
지금 왜 초등 글쓰기인가

영상물에 익숙하면 쓰기 어려워해
글쓰기 통해 수업집중력도 높아져
사고력·메타인지·성적도 ‘쑥’
‘분량·주제’ 학생이 정하게 해야


“여기 맞춤법 틀렸고, 여기 띄어쓰기 틀렸고, 분량이 너무 적어. 다시 써 와!”

아이가 일기나 독후록을 들고 왔을 때 엄마의 반응이다. 아이는 입이 댓발 나와서 지우개로 ‘북북’ 지운다. 집집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엄마와 아이의 신경전을 부르는 초등학교 글쓰기, 얼마나 중요하고 효용가치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글쓰기’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 이은경 작가는 “제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보니까 글쓰기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알게 됐다”며 “점점 글쓰기로 사고력을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과 활동의 50% 이상이 ‘쓰시오’ ‘설명하시오’ 등의 쓰기를 요구하고 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다”며 “글쓰기가 힘든 아이는 학교에서 한숨을 쉴 일이 많은 반면, 글쓰기가 편하면 학교 생활이 크게 괴롭진 않다”고 덧붙였다.

10년 이상 글쓰기를 지도해온 대전 한밭초등학교 윤희솔 교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의도하지 않게 학습력이 좋아지는 걸 보게 됐다”며 “글을 쓰다 보면 자기가 배운 것, 아는 것을 꺼내어 활용하게 되니까 공부도 잘하게 되는 거 같다”고 전했다.

학교 교과과정이 갈수록 글쓰기 실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초등학생들은 점점 더 글쓰기를 싫어하고 있다. 굳이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가정에서 글쓰기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학교 교과과정이 갈수록 글쓰기 실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초등학생들은 점점 더 글쓰기를 싫어하고 있다. 굳이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가정에서 글쓰기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수원신곡초등학교 김민아 교사는 “글쓰기를 하게 되면 대상을 관찰하는 관찰력이 키워지고 뭔가를 알아가려는 노력도 더 하게 되고, 특히 배움노트를 쓰게 되면서는 수업 집중도가 한결 높아지는 걸 보게 됐다”며 “글 쓰는 과정 자체가 자기 생각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메타인지 과정이라서 글쓰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성적도 좋아지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광주 성덕초등학교 박재찬 교사는 “글쓰기는 생각의 표현이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교해진다”며 “학교에서는 주로 지식을 집어넣는 ‘인풋’ 교육을 많이 하는데 글쓰기는 ‘아웃풋’, 즉 꺼내는 교육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갈수록 글쓰기를 더욱 싫어하고 있다. 박재찬 교사는 “어릴 적부터 영상매체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아날로그적 과정에 대한 경험이 적고 저학년의 경우 소근육 발달이 부족해서 글자를 쓰는 기능 자체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은경 작가는 “수동적인 영상물 시청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가장 귀찮고 적극적인 형태의 학습이 글쓰기이니까 싫어하는데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집에서는 책을 읽고 밖에서는 뛰어놀았는데 요즘은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게임이나 유튜브로 스트레스를 푸니까 책과도 멀어지고 글쓰기와는 더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상상질문·3줄쓰기 등으로 글쓰기 유도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글쓰기의 세계로 이끌 수 있을까?

3월2일 개학 첫날부터 무조건 1쪽씩 쓰기를 시작해 1년간 지속한다는 박재찬 교사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주고 거기에 답을 쓰게 한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선생님이 500만원을 준다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일주일 동안 급식 메뉴를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구성할까’ ‘힘이 불끈 솟아나는 시리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주제들이다. 이렇게 1년간 꾸준히 하면, 학기 초에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답하는 아이들이 기껏해야 5명 정도이지만 연말이 되면 반 학생의 70% 정도가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단다. 박재찬 교사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주면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며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흥미를 갖게 되면 그때 설명문이나 주장문 쓰기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윤희솔 교사는 매일 3줄 쓰기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에 대해서 3줄씩 쓰는 것은 부담도 없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 된다. 또 어린이신문을 읽고 하나의 기사를 골라서 그 기사와 관련된 질문 3개를 만들어서 답을 해보는 것도 아이들의 주도성을 끌어낼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이다. 하나의 질문은 기사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단순한 질문, 두번째는 기사를 통해서 추론할 수 있는 질문, 세번째는 기사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써보는 것이다.

김민아 교사는 수업마다 수업을 마치기 전 ‘배움노트’에 그 시간에 배운 것을 스스로 정리하게 만든다. 수업마다 짧게라도 글쓰기를 실천하는 셈이다. “그랬더니 우리 반 학생들이 다른 반에 비해 영작도 굉장히 길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길러지면 다른 언어에서도 똑같이 연결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마다 교육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초등학교 교사가 ‘글쓰기’를 중심 과제로 여기진 않는다. 담임 교사가 일기와 배움노트, 독후록, 자유글쓰기 등을 중요하게 활용한다면 가정에서 따로 글쓰기를 지도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글쓰기 교육이 부족해 보일 경우 가정에서 도와줄 수 있다. 단, 글쓰기 학원을 다니는 것은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이은경 작가는 “이미 다니는 학원도 많은데 글쓰기 학원까지 보내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버거울 수 있는데다 글쓰기는 부모가 충분히 지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교사는 “일기와 배움노트만 써도 효과적인 글쓰기가 되기 때문에 굳이 학원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윤희솔 교사는 “원래 아이들 글은 읽어보면 바로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는데,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글은 잘 정리정돈되어 있지만 똑같고 식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맞춤법 지적 대신 칭찬 통해 ‘꾸준히’

그럼 부모가 어떻게 글쓰기를 도와줄 수 있을까?

첫째는 ‘많이’가 아니라 ‘꾸준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하루에 3줄 쓰기’ 또는 ‘일주일에 한번 쓰기’같이 부담 없이 시작해야 한다. 이은경 작가는 “고3 때까지 마라톤처럼 가야 하는데 처음에 너무 욕심을 내면 몇달 못 간다”고 지적했다.

둘째, 글씨와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문제 삼지 않는다. 이것이 글쓰기를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윤희솔 교사는 “국어 공부와 글쓰기를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모님들이 글씨와 맞춤법을 지적하는 게 글쓰기 지도인 걸로 착각하시는 거 같다”고 짚었다.

셋째, 칭찬을 꼭 해준다. 이은경 작가는 “어른들도 글쓰기를 하라고 하면 부담스러운데 아이들도 당연히 글쓰기는 힘든 일이기 때문에 지적 대신 칭찬을 통해서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칭찬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5문장 중에 멀쩡한 문장이 하나는 있으니까, 그 문장을 형광펜으로 그어주면서 ‘이러이러해서 참 좋은 문장’이라고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그런 문장을 더 쓰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고 그러면 처음에 건질 문장이 하나였지만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며 “그것이 바로 부모가 할 역할”이라고 그는 말했다.

박재찬 교사는 “부모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기보다는 싫어하지 않게 만드는 것에 방점을 두라”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분량을 정하지 말고, 주제를 본인이 선택하게 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