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은 자연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깨울 뿐 아니라, 아이의 운동 능력과 체력을 키워줄 수 있는 효과적인 활동이다. 특히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해져 있는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거나, 비교적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르내리는 경험을 통해 인내심을 기르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올가을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트레킹을 통해 온 가족이 특별한 시간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의 체력과 코스를 조금만 세심하게 고려해서 준비한다면, 보호자도 아이도 만족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즐기면서 걸어볼 만한 전국의 트레킹 코스를 모아봤다.

원주 소풍길

치악산을 중심으로 둘레길이 잘 조성된 강원도 원주시는 치악산둘레길, 원주굽이길에 이어 원주소풍길을 새롭게 단장하고 지난 9월6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원주소풍길은 이름 그대로 소풍 가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길로, 관내 2∼5km 내 걷기길 중 원점회귀가 가능한 10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 숲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1코스 ‘운곡솔바람숲길’부터 원주 스무산과 바람의 언덕을 경유하는 10코스 ‘바람의 언덕길’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코스별로 걷는 시간도 40분∼1시간10분 정도로 부담이 없다. 모든 코스의 시작과 마지막 지점에는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있다는 점도 아이들과 이용하기에 큰 장점이다.



원주소풍길 각 코스에는 우체통 모양의 스탬프 박스가 설치돼 있다. 이 스탬프 박스에는 소풍길의 풍경이 담긴 우표 스티커가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담겨 있다. 한 코스에서 1장씩 10장의 우표를 모두 모아 스탬프북에 붙여 오면, 원주걷기여행길 안내센터에서 완보인증서와 지급품(배지,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원주소풍길 관련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sopunggil.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원주걷기여행길 안내센터(033-762-2080)로 문의하면 된다.

파주 마장호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호수는 서울 근교에서 찾기 좋은 공간이다. 2000년 농업용 저수지였던 곳을 마장호수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도심형 테마파크로 재탄생했다.


아름다운 호수를 따라 유유자적 산책하듯 나들이를 하기에 적당해, 주말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특히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마장호수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명소다. 길이 220m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출렁다리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안전하게 짜릿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아이가 겁이 많아 출렁다리를 건너지 못한다면 호수 전체를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만 따라 걸어도 충분하다. 호수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둘레길을 걷다보면 카누와 카약, 수상자전거와 같은 수상레저를 운영하는 곳도 만날 수 있다. 좀 더 액티브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둘레길 걷기와 함께 이용해보자.

가야산 소리길

가야산 국립공원의 소리길은 가을에는 특히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즐길 수 있어 제격인 곳이다. 경남 합천군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 영산교까지 이어지는 총 6km의 길로 이뤄져 있으며, 홍류동 옛길을 복원하고 다듬어 홍류동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특히 소리길을 걷는 동안 흘러 나오는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는 도심의 여러 소음과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소리길의 또 다른 매력은 길 자체가 하나의 문화유산 탐방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길 끝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가 자리 잡고 있어, 사찰을 함께 둘러보면서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다.



가야산에는 소리길 외에도 여러 경로의 등산로가 있는데, 해인관광호텔에서 오봉산중턱을 지나 남산제일봉으로 이어지는 남산제일봉 2코스 역시 아이와 시도해봄직한 난이도 하의 코스다. 어른 기준으로 1시간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으며, 산행이 끝난 후 이어지는 소리길과 해인사 등을 더 탐방하기에도 좋다. 가야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가야산국립공원 누리집(gaya.knps.or.kr)에서 확인하거나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055-930-8000)로 문의할 수 있다.

덕유산 어사길

덕유산국립공원의 어사길 역시 비교적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덕유대자연학습장(구천동자연관찰로)에서 안심대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 코스로, 편도 3.3km길이다. 산길이지만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잘 정비돼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구천동 33경 중 16경 인월담에서 제25경 안심대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나무길과 계단으로 정비된 자연숲길을 따라 걷는 덕유산국립공원의 대표적 힐링공간이다.

어사길은 단순한 자연 산책로를 넘어 조선 시대의 어사 박문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가 구천동에서 지역주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벌하고 사람의 도리를 바로 세웠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어사길이라 불리게 됐다. 어사길의 유래가 담긴 안내판과 조형물을 곳곳에서 만나면서, 자연과 역사를 함께 배우고 느끼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덕유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덕유산국립공원 누리집(knps.or.kr)에서 확인하거나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063-322-3174)로 문의하면 된다.

한라산 영실 코스

아이들이 한계를 돌파하고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도록 조금 더 난도가 있는 코스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의 영실코스는 백록담 정상에 오르지 않고도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제주 생태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걷기에 제격이다. 영실기암과 같은 한라산의 절경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단풍 시즌에 더욱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병풍 바위와 윗세 오름을 지나 남벽분기점까지 오르는 총 길이 5.8km의 탐방로이며, 영실관리사무소에서 출발 시 편도 3시간15분, 영실휴게소에서 출발 시 편도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차를 이용해 등산로 앞 1280m 고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경사가 비교적 급한 영실분화구 능선(해발1300~1550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탄한 지형이라서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는 모습. 강수연씨 제공
아이와 함께하는 트레킹 시 주의할 점

1. 아이의 체력에 맞는 코스 선택

트레킹을 계획할 때는 아이의 체력과 연령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코스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난도를 높여보는 것도 좋다. 소요 시간을 가늠할 때는 아이의 걸음을 고려해 공식 정보에서 소개되는 소요 시간에서 1.5∼2배 정도 곱하는 것이 적절하다.

2. 충분한 휴식과 독려는 필수

아이들은 성인보다 에너지를 빨리 소모하기 때문에 트레킹 중간에 충분히 쉬면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물과 간식을 미리 충분히 챙겨 가는 일도 중요하다. 초등학생 두 아이와 트레킹을 즐겨가는 강수연(42) 씨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는 재촉하기보다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걷다가 발견한 식물의 이름을 휴대전화로 찾아보게 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보호자나 주변 다른 등산객들의 칭찬은 아이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 아이가 많이 힘들어할 때는 지도앱을 켜서 현재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면, 불확실성이 줄어 더 힘을 내기도 한다”고 조언한다.

3. 안전을 위한 준비는 미리

트레킹 코스와 날씨에 맞는 적절한 옷차림과 준비물은 기본이다. 여름철이라도 반바지보다는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강한 햇빛에 대비한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 벌레에 대비한 해충 퇴치 스프레이도 필요하다. 가을철에는 급격한 날씨 변화에 대비해 가벼운 바람막이나 비옷을 함께 준비하면 좋다. 또한, 트레킹 시 화장실을 바로 가기 어려울 수 있는 점에 대비해 평소 아이가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음식은 먹이지 않도록 주의하자. 식사는 시작 전에 미리 하고, 트레킹 중간에는 물과 칼로리가 높은 간단한 간식 정도만 먹는 것도 방법이다.

박은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