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학자는 “수학을 한다는 것은 발견과 추측을 해나가며 직관과 영감에 사로잡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현장과는 동떨어진 세계처럼 들린다. 초등학교 때는 제법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듣던 학생들도 중학교·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어느덧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기 일쑤다. ‘수포자를 기르는 학교’란 말도 나온다. 수학이란 과목이 원래 어려워서 그렇게 됐거나, 아니면 “배워서 어디에다 써먹느냐”는 말처럼 실생활과는 별 관련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서울 불암초등학교 김남준 수석교사는 이런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수학 교실에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기도 하고, 이미 나와 있는 방법론을 새롭게 적용하기도 한다.

5학년 때 배운 가능성을 6학년 비율 수업에 연계하는 수업 과정을 한번 들여다보자. 김 교사는 먼저 사건과 가능성의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되새겨본다. 이어 본격적으로 비율을 보고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아보는 과제를 제시한다. 그는 학생들의 가능성에 대한 동기 유발을 위해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은 날씨를 소재로 수업을 이끌어간다. 아이들은 친숙한 소재지만 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보다는 ‘온다’ 또는 ‘안 온다’ 이분법에 익숙해 있다. 경우의 수와 가능성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내일 날씨를 예상하게 한 뒤 이튿날 확인 과정을 갖는다. 확률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는 것이지, 완벽한 이해나 정답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는 또 내일 비가 올 가능성이 25%라는 일기예보를 두고 퀴즈쇼를 열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전국의 25%’와 ‘하루의 25%’ 가운데 선택을 하도록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날씨·생일 등 친근한 소재로 접근

 이제 실생활로 개념을 넓혀갈 차례다. “우리 반에 생일이 같은 어린이가 있을까”란 문제를 내본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아주 일상적인 일인데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다. “어떻게 생일이 같을 수 있어요?” 회의적인 답변이 먼저 나온다. 수학적인 문제 해결에 앞서 직관적인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사람 수와 두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을 계산해놓은 기존 그래프를 보면서 논의를 이어간다. 이 그래프를 보면 사람 수가 23명일 때 50.7%가 된다. 사람 수가 50명이면 무려 97.0%다. 모임이 50명이 넘으면 꼭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의외로 생일이 같은 사람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데 놀란다.
 

 


 이젠 이런 수학적인 확률 계산이 맞는지 검증을 할 차례다. 김 교사는 “우리 반 아이들의 생일을 조사해보자”고 제안한다. 1월이 생일인 아이부터 한명씩 나와 자기 생일에 스티커를 붙여나간다. 23명 가운데 나오지 않으면 옆반까지 조사를 벌인다. 표본 자료를 늘려서 확률이 높아지는 과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제는 수학이 실생활에서 적용된 구체적 사례를 보자. ‘램프를 든 천사’ 나이팅게일이 등장했다. “나이팅게일을 간호사로만 알았는데 수학자였다니….” 나이팅게일을 간호사로만 알고 있던 아이들은 그의 로즈 다이어그램에 다시 한번 놀란다. 그러면서 크림 전쟁에서 부상병들의 생명을 많이 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본다.

 그 전에는 부상의 종류와 사망 원인을 표로 만들었다. 한참 살펴보아야 내용을 알 수 있다. 나이팅게일은 다이어그램으로 만들어 월별 사망자 수와 원인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데이터 분석의 새로운 길을 연 것이다. 위생이 불량해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원인을 찾아내고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쉽게 영국 정부를 설득한 덕에 사망률은 42%에서 2%로 뚝 떨어졌다. 수학의 효용이 제대로 증명된 것이다.
 

나이팅게일이 크림 전쟁에서 작성한 영국군의 월별 사망자 수와 원인을 분석한 다이어그램. 위키피디아


 학생들이 하는 수학 수업은 비단 일기예보나 생일이 같은 학생 찾아보기, 나이팅게일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4학년 수업에서는 2+3×4와 같은 식을 나타낼 수 있는 실생활 상황 만들기를 하거나, 5학년에서는 신문지로 1㎡의 크기를 만든 뒤 이를 이용해 복도나 운동장의 넓이 재보기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실생활을 통해 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활용하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저학년들에게는 주로 놀이와 활동을 적용하고, 고학년들에게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안을 짠다.

 

 쉽고 재미있는 수학 시간 만들어

 김 교사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모든 학생을 참여시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한두번 뒷전으로 밀리다 보면 아예 수학과 멀어지게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체육 이론을 모르더라도 운동을 좋아할 수 있듯이, 미술 이론을 모르더라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할 수 있듯이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각자의 생각과 행동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수업 방식도 바꿨다. 짝 또는 모둠 학생에게 설명하기, 친구 가르치기와 같이 수업 중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유도한다. 수학 시간은 이제 더 이상 답만 찾아내는 짜증 나는 문제풀이의 과정이 아니다.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으로 학생들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까지 2년간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수학나눔학교도 운영했다. 수학 체험전, 학부모 수학 나눔교실, 수학과 친해지는 날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했다. 학부모 나눔교실을 연 것은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참여가 필수라는 판단에서 나왔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공부 공부” 하는 조바심을 경계하고 차분히 기다려줄 것을 주문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내가 푼 문제와 친구가 푼 문제를 공유하고 서로 설명하니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친구한테 설명을 해주니 괜히 내가 친구보다 더 유식해진 것 같다. 친구가 내 설명을 듣고 이해를 잘하니 ‘내가 이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교사의 이런 노력에는 큰 보상이 뒤따랐다. 지난 1월 교육부가 주최한 2018년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에 9명의 교사들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문제풀이 위주의 수학 교육을 벗어나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고 다양한 실생활의 자료를 활용해 수학의 유용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선정 이유가 달렸다.
 

 김 교사는 “새로운 수학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은 세상을 분석할 수 있는 수학이 생활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며 “교사로서는 아이들이 한 단계씩 발전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