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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스트레스 받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곳”
“교실은 스트레스 받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곳”

테크놀로지와 수업 혁신 콘퍼런스


서울 세곡중학교의 한 학생이 ’스마트실’에서 가상현실(VR)을 체험하고 있다. 이상민 교사 제공밤 11시 서울 지하철역 가운데 승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홍대입구역이다. 그런데 1년 중 12월만은 다른 역이 1등이다. 어디일까? 어른들은 강남역이라는 것을 쉽게 찾아낸다. 그러나 학생들은 헤맨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들은 12월에 송년회가 열린다는 걸 알지만 학생들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방금 든 이야기는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놀로지, 교육혁신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컨퍼런스에서 서울 한성과학고 송석리 교사가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생활 속 공공데이터로 시작하는 데이터 기반 수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일반인들에게 데이터는 수학과 컴퓨터에 능한 전문가나 관심을 가질 영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 교사는 “우리 삶과 밀접한 데이터가 많이 있다. 생활과 직접 연결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살아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하철역 관련 데이터는 티머니 누리집(www.t-money.co.kr)에서 구할 수 있다. 여기에는 버스정류장별 이용 현황, 지하철역별 무임승차자 숫자 등이 나와 있다. 

송 교사는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 수업 시간에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가장 많이 타는 지하철역은 어디일까?”, “지난 1년간 승객이 가장 많아진 역은 어디이고 몇 시일까?” 등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알아봤다. 

출퇴근 시간에 승객이 많은 역은 부근에 일자리가 많고 경제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그런 역 부근에 주로 어떤 분야 일자리가 있는지 조사한다면 서울시 상공업 분포지도를 작성할 수도 있다. 

■ 교과서는 추상적, 생활데이터는 구체적

그는 “교과서 데이터는 3~4년 된 것이 대부분이다. 대개 전국 단위로만 소개해 구체적이지 않다. 그러나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 등에서는 읍면동 단위 데이터를 제공해 추상적인 교과서를 보완할 수 있다”며 “할머니·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와 내가 사는 동네를 비교할 수도 있다. 노령층이 많은 인구구조를 가진 동네에서 만약 슈퍼마켓을 운영한다면 어떤 물품을 주문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는 칠판에 적고 학생들은 
그냥 베끼는 교실에서 벗어나기 
“밤 11시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은?” 
생활속 데이터 활용, 생생한 교육 
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 이용해 
전자필기 하면서 능동적 수학 수업 
교과서에 나오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직접 체험…스포츠 게임 즐기기도


                
서울 세곡중학교 학생들이 스마트실에서 볼링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상민 교사 제공


2015 개정교육과정 사회과목 성취기준에는 ‘인구 이동의 다양한 요인을 조사하고, 인구 유입 지역과 인구 유출 지역의 특징과 문제점 분석’(중3), ‘사회?문화 현상의 탐구 과정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자료 수집 방법의 유형과 특징 비교’(고3), ‘저출산?고령화와 다문화적 변화로 인해 대두되는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모색’(고3) 등이 있다. 

한성과학고 학생들은 생활 속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이들은 ‘문화?여가 활동 장소가 많은 곳 찾기’, ‘서울시내 각 구별 시시티브이(CCTV) 숫자와 범죄 건수의 상관관계’, ‘남녀간 취업률과 실업률 차이’, ‘마트의 적정 물건 가격 알아보기’ 등을 수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서울 창덕여중 김유정 교사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수학 수업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사는 수업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노트’를 활용한다. 원노트는 일종의 전자노트다. 수업 내용을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불러올 수 있고 전자 필기가 가능하다. 원노트는 컴퓨터나 태블릿피시가 아닌 인터넷 드라이브에 저장된다. 각자 계정을 만들어 로그인하면 언제든지 과거 수업과 필기 내용을 다시 살필 수 있다. 

김 교사는 “원노트는 전자필기도 되고 학생들끼리 공유가 가능하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교사가 칠판에 쓴 것을 무의미하게 베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필요가 없다. 친구들과 학습 내용을 공유하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써놓을 수 있어 좀 더 의미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서울미래학교’로 지정된 창덕여중은 수업시간에 학교가 제공하는 태블릿피시를 개인별로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교실에서 와이파이도 터진다. 

김 교사는 “수학은 식을 다시 쓰거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블릿피시와 원노트를 활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시간 절약이 가능해 수업 시간에 여유를 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업 장면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 그는 “아이들은 복습할 때 이 동영상을 보면 된다”며 “학교 시험 문제는 교사가 출제하는데 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위해 사설 학원에 다니거나 인터넷강의를 들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신기한 기술’에 처음에 반짝했던 학생들의 흥미는 정확한 수업 내용과 적절한 과정 평가가 연계될 때 지속된다. 그는 “나는 아이들이 몇 문제를 맞혔는지가 아니라 단원별 성취 기준에 도달했는지 아닌지를 평가한다”며 “구술평가의 경우 학생들과 일대일로 만나서 좀 더 심층적으로 묻는다. 왜 그런지 묻고 학생이 답을 못할 때까지 질문을 던진다”고 덧붙였다. 

서울 세곡중 이상민 기술 교사는 자신의 교실을 ‘기술실’이 아니라 ‘스마트실’로 부른다. 스마트실은 책상 배치부터 다르다. 일제히 앞을 향하는 게 아니라 ‘ㅁ’자 모양으로 배치해 모두가 동일한 거리에서 바라본다. 모니터도 4개가 있어 콘텐츠를 다 똑같이 볼 수 있다. 

이 교사는 “모든 학생이 교사와 거의 동등한 물리적 거리에 있다. 자기 앞에 다른 학생이 앉아 있지 않아 수업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니 토론과 발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들이 확실히 늘었다. 질문이 있는 수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교실에 태블릿 피시를 비치하고, 무선랜과 프린터를 설치해 필요한 지식을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기술교과서는 집필하는 순간 구형 지식이 된다. 이제 교과서는 절대 지식이 아니라 가이드인 시대”라며 “교과서 지식만 외운다면 다양한 지식 습득에 방해가 되는 면이 있다. 교과서를 가이드 삼아 더 확장된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교실에서 스포츠 게임 즐기기도

스마트실에는 스트리트파이터 등 옛날 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실 게임기 2대, 가상현실(VR) 체험이 가능한 컴퓨터와 장비 3개 세트, 레이싱 게임기 1대, 엑스박스 4대가 있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체험 안 해보고 이론만 배우면 별 의미가 없다. 구글어스를 이용해 교과서에 나오는 건축물 탐구를 해보기도 한다”며 “체육활동 시간에 미세먼지가 많으면 운동장으로 나갈 수 없다. 그러면 레이싱 게임 등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 교사는 “교실 환경은 학습에 큰 영향을 준다. 학교는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공간, 교실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내 학창 시절 교실은 ‘견디는 공간’이었다. 내가 교사가 됐으니 이런 고리를 끊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윤상혁 장학사는 “이번 컨퍼런스는 혁신학교 미래형 학습환경 조성사업과 관련, 테크놀로지를 수업혁신과 연결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앞으로 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 의논하기 위해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형 학습환경 구축을 위해 올해 서울시 82개 혁신학교 교실에 무선 인프라를 설치하고 태블릿피시 100대씩을 지원한다”며 “교과서 속 지식은 대부분 과거를 다룬다. 이제 교과서 속 지식은 무선인터넷과 연결돼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