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함께하는 교육> 기획기사

‘손으로 생각하기’…메이커 교육 확산 중
메이커 교육 콘퍼런스 2018


지난달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메이커 교육 콘퍼런스 2018’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철환 메이커스 대표,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정종욱 브레이너리 대표, 김수환 총신대 교수, 최경철 교사.

지난달 24일 오후 1시30분 서울 코엑스 4층 콘퍼런스룸. ‘메이커 교육 콘퍼런스 2018’ 행사의 2부 세션 ‘메이커 교육, 학교를 만나다!’가 열렸다.

서울 이태원초등학교 강윤지 교사, 경기 남양주시 예봉중학교 최경철 교사, 서울 한성과학고 송석리 교사가 학교 현장 메이커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참석자는 약 500명.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2015년부터 메이커 교육 관련 콘퍼런스를 1년에 2차례씩 하고 있다. 처음에는 120~130명 정도였는데, 이번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행사를 준비한 메이커스 송철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이 메이커 교육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교사들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오늘 참석자의 약 65%는 교사이고, 나머지는 학부모, 교육청 관계자, 기업 담당자 등”이라고 했다.

메이커 교육에 대해 많은 이들이 교실 안에서 또는 책상 앞에서 뭔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걸 생각한다. 한데 맨 처음 발표한 강윤지 교사가 중점적으로 소개한 사례는 ‘즐거운 등굣길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메이커 교육’ 하면 보통 교구나 기능을 떠올리는데 저는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왜’ 이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가장 실질적인 것부터 풀어보기로 했다. ‘누군가가 고민하는 문제’를 풀어보자고 콘셉트를 잡았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등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식이다.”

메이커 교육 학교현장 사례 관심몰이
서울·부산교육청도 중점사업으로
DIY 등 ‘만들기’ 위주 좁은 해석 안돼
일상서 ‘왜’라는 의문 품어보면서
타인과 협업, 아이디어 나누기 핵심
결과물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

‘누군가가 고민하는 문제를 풀어보자’는 콘셉트는 내 문제에서 시작해 친구, 더 나아가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식으로 확장됐다. 그 결과 아이들은 ‘즐거운 등굣길’이라는 해결 과제를 떠올렸다.

강 교사에 따르면 이태원초등학교 학생들은 후문 쪽 계단을 주로 이용한다. 계단은 아주 길다. 그냥 걸어오면 등굣길이 팍팍하다.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도 하고, 노래가 흘러나오는 다른 지역 계단도 참고했다. 또한 백남준의 예술 작품도 감상하고, 경복궁에서 체험 활동도 했다. 이 결과 학생들은 학교 계단을 안전존·학교홍보존·재미존 등으로 나눠 꾸며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강 교사는 “아이들은 그 밖의 동네 문제도 찾아봤다. 그러다 이태원 뒷골목이 컴컴한데 소음이 감지되면 경보가 울리게 하자는 해결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며 “사진을 찍어서 네이버 밴드에서 공유하고, 성찰 일지를 쓰는 과정을 거쳤다. 메이커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하는 것을 타인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사가 ‘왜’에 주목한 건 ‘어떻게’에 중점을 둘 경우 도구나 기능 익히기에 급급해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3월1일자로 다른 학교로 전근한다는 강 교사는 “새 학교는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학생 수는 1500명이나 된다”며 “그러나 내 목표는 ‘짠내나는 메이커 교육’, ‘가성비 갑 메이커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경철 교사는 올해 15년째 교직에 있는데 6년 전부터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6년 전 ‘우주의 소리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고, 혼자 인공위성을 날려본 경험이 있는 인물(송호준씨)한테 자문을 구했고, 그 과정에서 아두이노(디지털 보드)를 알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연구해 풍선을 높이 띄워서 하늘의 소리를 들어보는 실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최 교사는 ‘국사 시간에 나오는 비파형 동검은 어떻게 빛날까?’ ‘학교에서 포뮬러원 자동차 레이싱을 즐길 수 있을까’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비파형 동검 관련 프로젝트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장인을 찾아가 도움을 받았고, 포뮬러원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는 학교 복도를 트랩으로 간주하고 3D 프린터로 ‘드림카’를 제작해보며 완성했다. 이번 콘퍼런스가 열리기 며칠 전 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직접 자르고 프레임을 제작해 전동카트도 만들었다.

그는 “전자의수(인공 손)도 제작했다. ‘만드로’라는 회사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가져와 5명을 한팀으로 구성해 팀당 한개의 전자의수를 만들었다. 저비용의 로봇팔”이라고 소개했다.

송석리 교사는 2014년 싱가포르에서 직접 참관했던 ‘디자인싱킹’(문제를 정확히 인식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사고방식) 교육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디자인싱킹은 인간 중심의 창의융합적 문제해결 방식을 강조하는 면에서 메이커 교육과 많이 겹치는데, 아이들의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좀더 강화한 게 메이커 교육이다.

“메이커 교육이든 디자인싱킹이든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지식이 아니라 태도다. 메이커 교육은 단지 만드는 게 아니라 남들과 더 나누는 거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 학생들과 함께 가서 문제 발견 교육을 했다. 지하철을 그렇게 많이 타고 다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데 아이들 스스로 놀랐다. 그 결과 방독면이 비치된 곳의 위치가 적절한가, 방독면 사용 방법을 이용객들이 충분히 알 수 있는가, 비치된 방독면의 개수는 충분한가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

바로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메이커 교육 업체인 브레이너리의 정종욱 대표는 “메이커 교육 결과물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이마다 차이가 있다. 부족한 아이들의 단점을 지적하지 말고 지금까지 한 것에 대해 칭찬해야 한다. 메이커 교육은 아이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은 “해외 메이커 교육 관련 행사를 보면 요즘 교사·학부모가 아닌 학습자 중심, 실생활과 관련된 것, 지역간·성별 격차를 없애는 공평성 등이 강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많은 이들이 메이커 교육을 단순히 ‘만들기’ 차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12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교육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부스를 차지한 게 코딩, 3D 프린터 제품이었다.

최 교사는 “미래 교육의 핵심은 역량이다.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역량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메이커 교육을 디아이와이(DIY)로 좁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나만 만들어 즐기는 게 아니라 타인과 의미 있는 활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즉 ‘소셜 메이커 교육’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메이커스 송철환 대표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일부에서 메이커 교육을 장비나 도구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3D 프린팅, 레이저커트, 브이아르(VR·가상현실) 등만을 떠올린다. 그러면 메이커 교육은 확산하기 더 어렵다. 그런 장비를 살 수 없는 학교나 지역은 교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나무젓가락이나 골판지를 활용하든, 얼마든지 메이커 교육의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과정이다. 과정에서 교감하고 영감을 얻고, 나만 아는 게 아니라 타인과 공유하는 것 자체가 교육으로서 의미가 있다.”

글·사진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