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우리 아이 집중력 키우려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 가장 중요
아이 마음 이해하고 격려와 응원을
정서적 안정 위해 정돈된 환경 조성
손으로 글씨 쓰기 습관화하면 도움
김미영기자


게티이미지뱅크
#1. “곧 중학교 입학인데,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해서 걱정이에요.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종종 준비물이나 과제를 빼먹었던 일도 있었거든요. ADHD 검사 결과 큰 문제는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집중력을 높일 방법이 있을까요?”(중1 예비맘 이수연(43)씨)

#2. “박을 먹을 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장난감 한 개를 오래 가지고 놀지 못하고 싫증을 내고. 나이가 어리고, 평소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유치원에 보내야 할 때가 되니 조바심이 나네요. 유치원 규율을 잘 따를 수 있을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이런 습관은 어릴 때부터 고쳐줘야 할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알고 싶어요.”(5살 아들을 둔 최미선(39)씨)

새 학기를 앞두고 산만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고민에 빠진다. 대체로 수업 시간 교사의 수업 진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거나, 가정에서 부모가 공부를 시키려 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을 신경 쓰거나, 해야 할 행동과 상관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할 때 등으로 산만한 행동이 나타나는데, 학습 부진과 교우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산만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바람은 단 하나,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산만함의 원인을 개선해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산만한 아이 집중력 키우는 법’을 쓴 한근영 한국몰입연구소 및 마음단비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뛰어다니기, 움지락 꼼지락 거리기, 다리를 흔들거나, 얌전하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돌아다니기, 공부하는 자리에서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라며 “ADHD 등 병적인 수준을 제외한 아이들의 산만함은 흥미와 관심에 걸맞은 난이도와 적정 수준의 피드백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근영 소장과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을 쓴 이슬기 수인재 두뇌과학 분당-잠실센터 소장에게 그 해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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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함의 원인

산만한 아이들의 경우 어려서부터 아주 까다롭거나 과도하게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슬기 소장은 “밤낮이 바뀌어서 애를 먹였다거나 수도 없이 다치고 넘어지는데도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수업 중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기도 하고, 급식 시간에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버거워해서 친구와 투닥거리거나 짜증내고 자리를 이탈해서 교사에게 지적을 받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가 산만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근영 소장은 “뇌의 억제 매커니즘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거나 미성숙해서, 혹은 뇌손상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며 “기질적으로 새로운 자극들에 반응하면서, 혹은 위협적인 자극에 의한 반응에 의해서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졸리거나 피곤해서, 배가 고파서, 화가 나서 등등 아이가 처한 상태에 따라 가변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어수선하고 시끄러워도 산만한 아이가 될 확률이 높다. TV소리, 게임,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소리들, 외부의 차량이나 공사장 소리처럼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은 아이를 산만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아이가 머무는 공간의 정리정돈도 중요한데, 더럽고 어지러진 분위기는 아이를 산만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생활 환경이 규칙적이지 못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인 경우에도 아이가 산만해질 수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거나 우울할 때에도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산만함을 보인다.

아이의 속마음 알아줘야

정서적 불안이나 우울감이 산만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부모는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아이의 심리 상태부터 먼저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아이의 속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다. 이슬기 소장은 “실제 학교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의 경우, 대체로 낮은 자존감과 불안, 우울감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이들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부모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거나 혼이 나면 더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한다.

한근영 소장 역시 산만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이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우선이라고 본다. 한근영 소장은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감정과 욕구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신뢰감 회복, 아이의 행동이 법 질서나 도덕 규범을 위배하지 않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모가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을 아이한테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산만한 아이는 말하기 좋아하고, 혼자 있어도 크게 떠들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만큼 지루함도 자주 느낀다. 산만한 아이가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 아이의 산만함이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면, 아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깔끔하고 정돈된 집안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책상 위나 공부방에 너무 많은 물건을 두지 않도록 하고, 물건들이 서랍 안에, 정해진 위치에 수납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러한 어수선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정리와 함께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 아이가 편안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금상첨화다. 아이 방 안에 작은 텐트를 쳐서 그 안은 온전히 자기만의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을 구분해주면 아이의 자유로운 기질과 특성을 키워줄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등이 대표적인데, 이를 통해 신체의 피로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육류, 생선, 달걀, 콩, 견과류, 유제품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뇌에서 신경 전달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므로 산만하고 주의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운동은 전두엽의 기능을 끌어올려 집중력 향상에 기여한다.

 체벌은 독이 되는 양육 방식

가장 중요한 건 혼내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산만하다고 부모가 화를 내거나 자주 야단을 치면 아이는 자신감이 떨어져 집중력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특히 체벌은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심하게 꾸짖거나, 윽박지르는 행위, 지나친 간섭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숙제나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벌을 주는 행위는 체벌만큼 독이 되는 양육 방식이다. 놀이든 공부든 아이가 지루해하고 힘들다고 느낀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슬기 소장은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숙제하는 것은 벌을 받는 것’으로 여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책상을 거부할 수도 있다”며 “게다가 대충 앉아서 시간만 채우거나 체벌에 적응해서 체벌로도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서, 음악 감상, 명상 등의 활동 역시 자녀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숙제나 공부를 할 때는 시계나 타이머를 활용해 시간을 정해놓고 10~20분 내외로 짧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정해진 규칙을 잘 지켰다면 칭찬해주고, 그 시간만큼은 집중하기 시작했다면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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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와 관심 고려해 자신감 얻도록

집중력은 단기간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지만, 누구나 꾸준히 노력하면 향상된다. 아이 스스로 결정해서 주도적으로 행동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경험하도록 하면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중해서 하기 마련인데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슬기 소장은 그런 면에서 과자를 굽거나 빵을 만드는 일이 아이에게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빵 반죽을 주물거리며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심리적인 욕구 불만을 해소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며 “빵을 구울 때 1분도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은 생활 습관을 받아들이고,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고자 할 때는 ‘의지’를 너무 강조해서는 안 된다. 한근영 소장은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상황은 그에 대한 재미와 흥미 없이 정말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의지를 강조하기에 앞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먼저 고려하고, 아이의 공부가 우선인지 부모의 욕심이나 불안을 없애는 것이 우선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적인 보상을 제공하거나, 계획표를 짜서 실천하도록 한 뒤 보상을 하는 등의 기술적인 방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흥미와 관심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할 마음의 자세가 갖춰진 상태인지를 먼저 살펴본 뒤 부모가 학업 성취를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와 함께 삽화나 그림이 있는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 같은 집중력 게임을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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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글씨 습관화 도움 돼

아이들 대부분은 반복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산만한 아이들은 반복적인 일과 틀에 박힌 형식을 싫어해서 금세 싫증을 낸다.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하거나 여러 번 반복해서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고 지도하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실랑이만 반복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산만한 아이들은 복습보다는 예습이 더 효과적이다.

노트 필기 등 직접 손 글씨를 쓸 수 있게 지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 글씨를 쓰면 소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는데, 소근육을 많이 사용하면 운동, 감각, 언어, 기억 등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 또한, 전두엽을 활성화해 집중력을 높여준다. 한근영 소장은 “기억을 위한 필기가 중요한데, 일상적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소장은 “똑똑하고 건강한 두뇌를 가진 아이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손 글씨 쓰기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특별한 날 손 편지나 카드를 써주고 답장을 달라고 하거나, 부모와 함께 직접 손으로 편지나 카드를 작성하고 꾸미면서 아이가 손 글씨 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