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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우니 학교가 좋아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니 학교가 좋아졌어요”

커버스토리ㅣ다문화특성화학교 수업 현장


경기 수원시는 6년째 ‘글로벌 다문화 특성화학교’를 운영 중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특별학급, 무학년제 한국어 교실 등을 열고 있다. 2019년에 진행한 세류초 ‘친구 초대의 날’ 활동 사진. ♣H6s수원시 제공
2019년 세류초 다문화 축제 모습. 수원시 제공


초중등 다문화 학생 14만여명
지자체, 교육청 등 손잡고
6년째 다문화 특성화 교육 

말하고 읽고 듣고 쓰면서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 

놀이 활용하며 배우니
웃음꽃 피우며 실력 ‘쑥쑥’


“선생님. 한글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받아쓰기도 잘하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요!”

 소혜민 교사(수원 지동초등학교 다문화교육 담당)는 하오위(가명)가 ‘한글 편지’ 건넨 날을 잊을 수 없다. 중국어만 할 줄 알던 열살의 하오위는 중도입국 학생으로 ‘안녕하세요’는 물론 기역, 니은, 디귿도 모르는 채 입학했기 때문이다.

 한국 학교에서 중국어로만 말하고, 중국 친구들하고만 지낸 하오위가 1년 반 만에 받아쓰기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교우 관계도 넓어졌다.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게 자유로우니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다문화 학생들 학기 초 가장 힘들어 해

 다문화 학생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숫자가 말해준다. ‘2020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등 다문화 학생 수는 14만7378명으로 전년 대비 1만명 이상이 늘었다. 2012년 조사 시행 당시(4만6954명)보다 세배 이상 증가했다. 지동초의 경우에도 재학생의 4분의 1이 다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은 학기 초인 3~4월에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낯선 환경과 쉽지 않은 언어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 학교 적응은 물론 교과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중도입국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상태로 입학한다. 이게 약점이 되어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기 어려운 경우 등교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기 초에 잘 지도하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이유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를 꾸준히 다니며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어른들이 마련해줘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국적이나 체류 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거주 사실만 확인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 국적,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도 법적으로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6년째 다문화 특성화 교육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있다. 경기도 수원시와 수원교육지원청, 경기대학교와 일선 초등학교들이 손잡고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 사니까 한국어를 배워라’는 식의 단순한 관점에서가 아니다. 어떤 배경을 가진 아이든, 현재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민주시민교육과 생활지도 면에서 효과가 높아서다.

 수원시의 지동초·세류초·남수원초·매산초·화홍초·수원초 등 6곳이 꾸준히 ‘글로벌 다문화 특성화학교’를 운영 중이다. 공교육 현장에서의 언어 소통 문제 해소를 위해 다문화 특별학급, 무학년제 한국어 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두시간씩 한글·한국문화 배워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에서 글로벌 다문화 특성화학교, 다문화 특별학급 등을 지원한다. 지동초의 경우 하루에 두시간씩 한글 수업을 진행한다. 무학년제로 운영하는 이유는 다문화 학생들의 나이와 한국어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3년째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소 교사는 아이들과 놀이를 활용한 한글 수업을 자주 진행한다. 언어 수업인 만큼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어 강사들과도 협업한다. 다문화 교육의 특성상 한국어를 제대로 습득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교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엔 놀이가 최고다.

 바닥에 놓인 한글 단어 카드를 뒤집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득점하는 방식이나, 쉬운 그림책을 활용해 돌아가며 읽는 방식도 효과가 좋다. 이 수업에 온 아이들이 말을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해 부끄러워한다거나 배우기 싫어하는 내색은 없다.

소 교사는 “다문화 학생들 스스로도 학교에 빨리 적응하고 싶어 한다. 배움의 욕구가 큰데 적절한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이다. 언어를 통해 친구와 가까워지는 법,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성격도 밝아진다”고 말했다. “한국어 교실에서는 일대일로 개별화 지도를 진행합니다. 한명씩 수준별 지도를 하면서 대화할 기회를 만들고, 교사와 다문화 강사가 아이와 정서적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지요.”

 다문화 학생 교육을 위한 한글 교재가 따로 있고, 교사와 강사가 학습지와 활동지를 만들어 언어 습득 수준을 가늠한다. 교실 밖에서도 교육은 이어지는데 ‘다문화 감수성 프로그램’ ‘다문화 어울림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해보며 생활지도를 함께 하게 된다. 교내에 다문화 상담실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마음도 돌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 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도 자주 진행했다. 다문화 관련 박물관, 민속촌과 놀이공원 등에 가보고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세계시민축제’ ‘어울림 축제’ 등을 열기도 했다.

 소 교사는 “간혹 다문화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이게 (한국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말도 한다. 한데 ‘반편견 상호존중’은 공교육의 기본 방침이기도 한 민주시민교육에 뿌리를 둔 것이다. 한국 학생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며 정서적, 교육적으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오히려 편견이 없어요. 다문화 감수성 교육 등을 진행해보면 ‘너는 왜 피부색이 달라?’ ‘너는 왜 그래?’ 등 남 탓하는 말을 잘 안 해요. 그저 ‘그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는 거래요’라고 말하거든요.” 모르니까 차별하고, 알게 되면 좀 나아진다. 이해하게 되면 달라진다. 이런 과정들 하나하나가 공교육의 역할이다.

언어교육에서 상호존중 교육으로

 김상현 교사(세류초 다문화 부장)도 매일 두시간씩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지도한다. 열명 안팎의 아이들이 교실로 찾아오면 한글 받침이나 어미 변화, 존댓말 등 아이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학교 차원에서는 5년차에 접어든 다문화 교육이고, 올해 들어와 김 교사가 담당하게 됐는데 교육자로서 새롭게 느끼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김 교사는 “다문화 교육을 처음 맡아 두려움이 컸다.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기에 교육적으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한데 아이들 입장에 서보니 시야가 넓어졌다. 나 역시 다른 나라에 여행 갔을 때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다소 주눅이 들었던 경험이 있다. 어른들도 말이 안 통하면 힘든데, 상황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은 더 심할 거라 생각해보니 조금씩 답이 보였다”고 말했다. “아직 한달밖에 안 됐지만 학생들이 한국어 교실을 통해 배운 말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입니다. 선생님들에게 말을 걸어오고, 대화하며 친구들과 웃음을 나누는 게 보여서 감동을 받지요.”

 김 교사는 열두살 은석이를 통해 다문화 교육이 상호존중을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점을 느꼈다.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게 편해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좋아요’ 정도만 하던 은석이가 어느 날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한 이유는 캄보디아에서 온 친구를 가르쳐주면서다.

 은석이보다 말을 더 못하던 캄보디아 친구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하나씩 가르쳐주면서 두 학생 모두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한국 학생들과도 부쩍 가까워졌다. 말을 배우니 친구가 생기고 학교가 편해진 것이다. 낯설지 않으니 마음도 열게 됐다. “학생들 스스로 배우면서 정답을 찾아가게 된 거죠. 교사와 강사들은 아이들을 믿어주고 이끌어주면서 방향을 제시하는 선장 역할을 하면 됩니다. 자신을 표현하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언어 교육의 목표잖아요. 아이들 스스로 ‘왜 말이 필요한지, 배우면 어떤 점이 편해지고 좋아지는지’를 느끼게 하는 것도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김 교사는 연극과 음악, 간단한 보드게임 등을 통해서도 우리말을 가르친다. 놀이의 규칙, 보드게임에서 활용하는 기호와 숫자를 서로 설명해주며 자연스레 익히는 방식이다. 다문화 학생들에게 아직은 낯선 한국어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에는 예체능을 결합한 교육의 효과가 좋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이 공동체의 일원이고, 내가 표현을 했을 때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피드백해준다는 경험이 쌓이면 자아효능감도 높아진다. “이겼어, 졌어, 내 차례야 등 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금방 배우더라고요. 말이 통한다고 느끼면 공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한국어 능력 쌓이며 자존감도 높아져

 수원시 ‘글로벌 다문화 특성화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은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은 실제 큰 폭으로 향상됐다. 지난해 수원 지역 8개 글로벌 다문화 특성화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은 학생 60명의 한국어능력평가 평균 점수는 5월 229점에서 11월 285점으로 56점이 올랐다.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등 4개 영역을 평가하는 한국어능력평가는 400점이 만점이다.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의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다문화 특성화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94.2%에 달했다(매우 만족 67.1%, 만족 27.1%). 참여 학생들의 자존감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참여 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학생의 비율은 76.8%,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학생은 81.2%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잘하지 못해도 선생님이 칭찬을 해주셔서 좋았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 내가 직접 말하고 읽고 쓸 수 있으니 친구들과도 더 친해졌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