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함께하는 교육> 기획기사

“한국에 4년제 대학 졸업자만 필요한 게 아니죠”
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경험으로
전문대교육협 진학지원센터장 맡아
“중하위권 학생들 소외되는 현실 반성”
일반대 졸업 뒤 취업 힘든 상황에서
학생들의 전문대 인식 많이 바뀌어
어떤 학과 있는지, 특성은 무엇인지
“정확한 전문대 입시정보 제공 계획”
안연근 전문대 진학지원센터장

 

안연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로진학지원센터장이 지난 3월26일 ‘함께하는 교육’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경 기자
안연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로진학지원센터장이 지난 3월26일 ‘함께하는 교육’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경 기자


“17년간 진로진학 전문가로 활동을 해왔다. 우리나라 진로진학 지도라는 게 상위권 학생들 위주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소외돼 있다. 이 아이들은 관심 밖이고, 자존심뿐만 아니라 자존감까지 상처를 받는 걸 보고 스스로 반성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를 지낸 안연근 서울 잠실여고 진학부장이 지난 3월2일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을 맡았다. 진로진학 전문 교사로 상당히 유명했던 그가 정년을 4년 남기고 명예퇴직까지 하면서 자리를 옮긴 이유가 궁금했다. 3월26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센트럴타워 7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함께하는 교육’이 안 센터장을 만났다.


안 센터장은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사설 입시기관, 시도교육청 진학 설명회 등에서 많은 입학정보를 받는다”며 “중하위권 학생들이 가는 전문대는 정보가 별로 없는 현실에서 뭔가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학지원센터를 만들어서 부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내가 재직했던 잠실여고가 이른바 강남8학군에 속한다. 한데 요즘 아이들은 실용적이다. 대학 졸업해도 취업난이 심하니까 반 5등 안에 들어가는 아이도 전문대 가겠다고 당당히 말한다”며 “10~15년 전에는 전문대 가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4년제 일반대학은 201개, 전문대는 137개다. 2019학년도 입학정원은 4년제가 34만8834명, 전문대가 20만6207명이다. 전문대 비중이 총 대학 정원의 37.2%나 된다.


4년제 대학은 이른바 서열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전문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학 자체보다는 학과를 본다. 한데 문제는 어떤 전문대학에 어떤 학과가 있는지, 그 학과에서 정확하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취업률은 어떤지 등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거다.


전문대에는 4년제 일반 대학에 없는 장점이 있다. 승마학과, 승강기학과, 3D조형학과 등 일반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공들이 있다. 또 대학 정원의 3분의 1가량이 전문대에 있는 만큼 어엿한 공교육 기관 가운데 하나다.


안 센터장이 전문대 진학지원센터장을 맡으면서 역점을 두는 사업이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 사업이 78명으로 진로진학지원단을 구성하는 거다. 4월21일 발대식을 열 계획이다. 4년제 대학과는 달리 전문대학은 학생들이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 학교로 가는 경향이 있다.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별 교사들에게 전문대 입시 정보도 제공하고 설명회도 여는 등 고교-대학 연계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그다음은 자료집 발간이다. 자료집에는 호남권, 영남권,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등 지역별로 전문대학에 관한 정보를 담을 예정이다. 특히 전문대학은 대학보다는 전공 학과 안내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별 전문대학 입학정보, 전공별 전형 방법 등을 상세하게 수록하려고 한다.


안 센터장은 “취업 잘 되는 학과 중심으로 직업 40선을 뽑아 책도 발간하려고 한다”며 “현재 이름만 봐서는 해당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잘 알 수 없다.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관련 정보 제공 누리집 구축 사업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학교에 있을 때 전문대학에 대한 정보가 없는 데 답답함을 느꼈던 그는 현장에 와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정부든 사회든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너무나 부족했다.


일단 전문대학은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 가운데 우수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우수장학금이 제공되지 않는다. 일반 4년제 대학생(입학 예정자 포함)만 지원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지역인재 추천채용제’의 경우, 일반 대학과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중심으로 채용하고 전문대학 졸업(예정)자 선발은 아주 제한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한 학생 기숙사 가운데 일부는 전문대학생은 입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직업교육 및 고등교육 관련 국책연구기관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문대학은 전형 방법이 복잡하다. 학생부, 수능, 면접, 실기, 특기 5가지 요소를 결합한다. 한데 서로 결합되는 경우의 수가 3400개 정도 된다.


안 센터장은 “중하위권 학생들일수록 전형 방법이 단순해야 하는데 되레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학이 더 복잡하다”고 지적하며 이유를 2가지로 꼽았다.


우선, 그동안 교육부에서 입학전형 간소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전문대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러다 보니 각 전문대학 입학처에서도 과거 방식을 되풀이해 입학전형 간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4년제 대학은 정시 끝나고 추가 모집에 지원할 때는 반드시 등록 포기각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대학은 이런 의무 규정이 없다. 쉽게 말해 전문대학에 합격한 뒤 등록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4년제 대학 추가 모집에 지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정확한 입학 학생 수를 바로 파악하기 힘든 셈이다.


4년제 대학은 올해 충원이 안 되면 미충원된 인원을 다음 연도에 이월해서 뽑을 수 있다. 전문대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학령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므로 미충원 인원을 차기 연도에 이월해서 뽑는 제도는 없어지는 게 합리적이지만, 전문대 입장에서는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안 센터장은 “어떻게 보면 특성화 고교보다 전문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사회·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전문대에 대한 시각도 꽤나 바뀌고 있다.


일반대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로 진학하는 사례 등이 늘고 있다. 고령자나 만학도들이 전문대학의 문을 많이 두드린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무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전문대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안 센터장에 따르면 올해 대전보건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는 77살 된 분도 입학했다. 이 입학생은 과거 시청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는데, 그 경험을 더 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안 센터장은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 강남이라고 해도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가는 학생은 한 반 30명 가운데 7~8명 정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진학보다 더 중요한 게 학생들의 역량이나 적성을 잘 고려해서 진로 지도를 하는 거다. 전문대학도 고등교육기관이고 되레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고등 직업 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일반 4년제만 진학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있는데, 사회적 낭비다. 한국에 4년제 대학 출신들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 지원 확충이 절실하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