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한겨레 : “기사를 읽고 쓰는 ‘신문 일기’ 권해보세요”

“기사를 읽고 쓰는 ‘신문 일기’ 권해보세요”

‘책과 신문을 읽고 쓰는 초등 탄탄 논술’ 쓴

오현선(라온오쌤) 독서 교육 전문가 인터뷰

글쓰기는 고도의 사고 작용과 집중력 요구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집에서 자녀의 글쓰기 능력 키우고 싶다면

독서를 통해 다양한 주제의 글부터 읽도록

글쓰기보다 중요한 건 부모와 소통하는 것

조급함 버리고 짧게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김미영기자

글쓰기를 포함해 읽고 쓰고 말하는 일은 아이들을 좀더 풍성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성적, 입시 등 학업과정만 연결지어 평가만 하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봐주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문해력과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녀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고 싶은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대다수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한다. 글을 자주 써보지 않은 경험도 있지만,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힘들고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책과 신문 읽고 쓰는 초등 탄탄 논술 1, 2’를 쓴 독서 교육 전문가 오현선(라온오쌤) 강사에게 사교육 없이 집에서 가능한 논술 습관 들이는 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생들에게 글쓰기, 논술이 중요한 이유는.

“글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인 지식들을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사고와 논리가 필요하다. 즉, 글쓰기는 이 세상에 시선을 두고 다양한 지식을 통해 자신만의 견해를 갖게 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글쓰기는 학교에서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과정이다. 특히, 여러 자료를 조사하거나 아는 것을 바탕으로 목적에 맞는 글을 써야 하는 수행평가의 경우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이 또한 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 하는 원인과 이유는.

“글쓰기는 어른도 싫어한다. 저도 많은 글을 쓰고 글쓰기의 효능과 쾌감, 의미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쓰기 전에는 하기 싫은 마음이 든다. 글쓰기 자체가 상당히 고도의 사고 작용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싫어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글쓰기를 잘하는 아이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독서를 많이 했다는 점이다. 독서는 사고를 자극하고 확장하는 특징이 있어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사고가 자극된 아이들의 대답은 수준과 질이 다르다. 또한,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도 깊다. 저는 ‘아는 것이 있어야 할 말도, 쓸 글도 있다’고 자주 표현하는데, 무언가 알아야 그것을 재료로 자신의 사고를 만들고 그것이 글이 되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게 하면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일기를 너무 오래 쓰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를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어느 순간부터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을 나열하는 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차라리 기사를 읽고 쓰는 ‘신문 일기’를 권한다. 사회 현상에서 경험이 연결될 수 있고, 두 가지가 연결되면 자신의 의견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초등 탄탄 논술’ 시리즈를 쓴 이유 중 하나 역시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좋은 책과 기사를 분야별로 접함으로써, 사고를 넓히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글쓰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 부모들이 알아둬야 할 점은.

“글쓰기 수준이 낮은 아이들의 경우 대체로 독서력이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읽기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 이때는 아이들이 원하고 요구하는 책을 읽는 것이 먼저다. 최대한 어린이가 스스로 고른 책, 좋아하는 책을 중심으로 독서를 하게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여러 주제를 다채롭게 만난 아이들은 글에 담을 생각도 많이 생긴다. 결국 쓰기보다는 우선 읽기에 힘쓰고, 독서력이 탄탄할 때 글쓰기를 시도하면 좋겠다.”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글쓰기 수업 방법을 소개한다면.

“글쓰기는 생각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아이 글을 읽는다면 그 생각에 반응하고 소통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했구나’ ‘아, 나는 이렇게 생각해’ ‘정말 그런 것 같아’가 우선이다.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자기 글에 더 표현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집에서는 첨삭하려 하지 말고, 소통을 해야 글이 점점 더 나아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글을 많이 쓰는 것 못지않게 자신의 지식과 생각, 경험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중요하다. 글을 쓰게 하는 경우 너무 자주, 너무 긴 시간을 할애해서, 아이가 글을 길게 쓰도록 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관심과 흥미마저 잃게 할 수 있다. 기분 좋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년이나 연령별로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요령이 있다면.

“초등 저학년 때는 형식과 글의 소재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되, 이때는 글을 잘 쓰기보다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효능감과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중학년이 되면 경험글, 상상글, 독서감상글, 설명글 등 갈래글 쓰기를 경험하면 좋다. 다양한 갈래글을 쓰면 글마다 문체나 서술방식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면서 글쓰기의 폭이 넓어진다. 이후 논술 쓰기가 필요한데, 논술 재료는 지식과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다. 기사를 한 편 읽고 ‘어떤 내용의 기사인지, 더 자세히 설명한 후에 기사의 핵심 내용, 기사 내용에 대한 의견’을 쓰면 멋진 논술이 될 뿐더러 기사 내용을 정리하기 때문에 요약 연습도 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쓰기를 포함해 읽고 쓰고 말하는 일은, 이 세상에서 나라는 개인을 좀 더 풍성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성적, 입시 등 학업 과정만 연결지어 생각하면 아이의 부족해 보이는 글에 조급함이 들기도 하고 자꾸 평가만 하게 될 수도 있다. 글은 아이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학업 과정에서는 내내 하는 일이니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봐주면서 함께하면 좋겠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