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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참여활동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다
사회교육
지역사회 참여활동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다
연재 ㅣ 교실 속 세계, 세계 속 교실
수정 2025-09-22 18:51등록 2025-09-22 17:10
경문고 민주시민 실천동아리 키비처 회원들이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내용을 담은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박범철 교사 제공
박범철 | 경문고 교사·세계시민교육연구소 교사팀장
“2025년 4월1일 박종철 열사의 생일을 맞아 이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박종철 열사가 꿈꿨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경문고 학생들이 기억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실천해주기 바랍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신 박동호 신부께서 경문고 민주시민 실천동아리 키비처에 장학금을 수여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우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박종철 열사가 꿈꿨던 세상과 민주주의라는 무게 때문에 장학금을 감히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고민 끝에 키비처 회원들은 박종철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국가폭력’이라는 주제로 제주 4.3, 광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알리는 평화교육 실천 활동에 장학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신 박동호 신부께서 경문고 민주시민 실천동아리 키비처에 장학금을 수여했다. 박범철 교사 제공
첫 활동은 4월3일 ‘4.3 희생자 추념일’에 펼침막을 게시하는 것이었다. 올해 77주기 추념식에 게시될 문구를 정하고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에 요청해 제주 4.3평화공원에 펼침막을 게시했다.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들이 4.3 추모 현수막을 게시하자, 제주도민사회도 청소년들의 평화실천 활동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제주지역 신문에 실린 추념식 관련 기사에 우리의 사진을 실어주었다.
4.3 희생자 추념일 77주년에 맞춰 제주 4.3평화공원에 게시한 펼침막. 박범철 교사 제공
이에 우리도 제주도민과 연대하는 평화실천 활동으로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아 안장된 인물 중 제주 4.3과 관련된 분들의 삶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더 나아가 제주 4.3사건 당시 집단학살 참화를 막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김익열(1921~1988) 장군 추모 활동도 진행했다.
5월15일 스승의 날에는 서울국립현충원을 방문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찾는 활동을 펼쳤다. 박범철 교사 제공
5월15일 스승의 날에는 창체시간을 활용해 1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서울국립현충원을 방문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찾는 활동을 펼쳤다. 6월10일,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서울 관악구 박종철센터를 방문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이인(die-in)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빨간 복장은 시리아 내전 당시 피난 도중 사망한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와 세계시민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기획했다.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서울 관악구 박종철센터를 방문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이인(die-in)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박범철 교사 제공
올해 진행한 활동 결과물은 11월3일 제96회 학생의 날에 동작관악지역 학생자치회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꽃을 든 청소년 프로젝트’로 이어질 예정이다. 2022년부터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학교 인근 흑석동에 있는 학도의용병현충비 옆에 17살 학도병으로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고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내용을 담은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교육감 선거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제는 만 16살 이상이면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만 18살 이상이면 피선거권까지 갖는다. 이렇듯 제도상으로는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됐지만, 교실에서 이뤄지는 민주시민 교육은 여전히 형식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우리 지역과 사회 현안들을 직접 접해보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청원운동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참여 활동을 해나간다면 학생들의 민주시민 감수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장차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하는 가정과 학교 활동이 더욱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지역사회 참여활동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다
연재 ㅣ 교실 속 세계, 세계 속 교실
수정 2025-09-22 18:51등록 2025-09-22 17:10
경문고 민주시민 실천동아리 키비처 회원들이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내용을 담은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박범철 교사 제공
박범철 | 경문고 교사·세계시민교육연구소 교사팀장
“2025년 4월1일 박종철 열사의 생일을 맞아 이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박종철 열사가 꿈꿨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경문고 학생들이 기억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실천해주기 바랍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신 박동호 신부께서 경문고 민주시민 실천동아리 키비처에 장학금을 수여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우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박종철 열사가 꿈꿨던 세상과 민주주의라는 무게 때문에 장학금을 감히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고민 끝에 키비처 회원들은 박종철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국가폭력’이라는 주제로 제주 4.3, 광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알리는 평화교육 실천 활동에 장학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신 박동호 신부께서 경문고 민주시민 실천동아리 키비처에 장학금을 수여했다. 박범철 교사 제공
첫 활동은 4월3일 ‘4.3 희생자 추념일’에 펼침막을 게시하는 것이었다. 올해 77주기 추념식에 게시될 문구를 정하고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에 요청해 제주 4.3평화공원에 펼침막을 게시했다.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들이 4.3 추모 현수막을 게시하자, 제주도민사회도 청소년들의 평화실천 활동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제주지역 신문에 실린 추념식 관련 기사에 우리의 사진을 실어주었다.
4.3 희생자 추념일 77주년에 맞춰 제주 4.3평화공원에 게시한 펼침막. 박범철 교사 제공
이에 우리도 제주도민과 연대하는 평화실천 활동으로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아 안장된 인물 중 제주 4.3과 관련된 분들의 삶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더 나아가 제주 4.3사건 당시 집단학살 참화를 막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김익열(1921~1988) 장군 추모 활동도 진행했다.
5월15일 스승의 날에는 서울국립현충원을 방문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찾는 활동을 펼쳤다. 박범철 교사 제공
5월15일 스승의 날에는 창체시간을 활용해 1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서울국립현충원을 방문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찾는 활동을 펼쳤다. 6월10일,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서울 관악구 박종철센터를 방문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이인(die-in)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빨간 복장은 시리아 내전 당시 피난 도중 사망한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와 세계시민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기획했다.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서울 관악구 박종철센터를 방문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이인(die-in)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박범철 교사 제공
올해 진행한 활동 결과물은 11월3일 제96회 학생의 날에 동작관악지역 학생자치회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꽃을 든 청소년 프로젝트’로 이어질 예정이다. 2022년부터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학교 인근 흑석동에 있는 학도의용병현충비 옆에 17살 학도병으로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고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내용을 담은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교육감 선거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제는 만 16살 이상이면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만 18살 이상이면 피선거권까지 갖는다. 이렇듯 제도상으로는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됐지만, 교실에서 이뤄지는 민주시민 교육은 여전히 형식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우리 지역과 사회 현안들을 직접 접해보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청원운동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참여 활동을 해나간다면 학생들의 민주시민 감수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장차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하는 가정과 학교 활동이 더욱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