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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 한 박자 쉬기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 한 박자 쉬기
연재 ㅣ 중학생의 말공부
수정 2025-06-09 19:08등록 2025-06-09 17:22
게티이미지뱅크
박미자 |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저자
·성공회대 연구교수
“엄마 때문에 망했잖아요.”
“네가 실수한 것을 왜 엄마 탓을 해?”
“아, 씨….”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엄마한테 그런 거 아니라고요!”
이때, ‘엄마 말고 여기 누가 있냐’ ‘뭘 잘했다고 짜증을 내냐’라고 시시비비를 따지며 공격하는 말을 이어가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많이 힘들었구나” 또는 “애썼어” “괜찮아. 좀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라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엄마가 “누구한테 욕을 한 거냐?”고 계속 다그치면, 자녀는 “짜증 나”라고 말하거나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한 박자 멈추는 시간을 가지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즉, 한 박자 쉬고 말하기는 갑자기 일어난 문제상황에서, 책망하거나 하소연하는 말을 멈추게 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대화법이다.
이를 통해 부모는 자녀가 얼버무리고 있지만 사실은 힘들었던 상황이 있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불만과 말실수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자녀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부모를 신뢰하는 마음을 갖는다.
부모가 볼 때, 명백한 문제 행위임에도 중학생 시기의 청소년들은 고집을 부리고 엇나가는 경우가 있다. 내 아이가 중학생 때 일이다. 아이가 사실관계가 너무나 명백한 문제를 전혀 엉뚱한 관점에서 억지 논리를 세우고 자기주장을 하기에 제대로 타이르려고 마음먹고 말을 시작하는데, 갑자가 아이가 짜증을 내며 소리를 빽 질렀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중심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억지를 부리니까 내가 힘들어.”
“제가요? 왜요?”
“내 마음이 답답하다고….”
“나 때문에?”
“???”
“아 진짜, 엄마 지금 우는 거예요? 짜증 나~.”
이 무슨 외계인과의 대화인가! 나는 그 순간 엄마라거나 어른이라는 사실을 다 잊은 채 그저 막막해서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말을 더듬거렸다. 아이는 말을 멈추고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서로가 하던 말을 멈추고 한 박자를 쉬게 된 것이다.
이 어색한 경험을 통해서 나는 내가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이며, 내가 아이의 말에 상처받을 수 있는 약하고 불완전한 어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이는 꽤 많이 자란 후에 말했다. “엄마들은 어른이니까 상처를 안 받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엄마랑 의견이 안 맞아 다툴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말을 더듬거리다가 멈출 때 충격을 받았어요. 엄마가 혼내기만 하고 제 마음을 몰라주면 ‘어른이 뭐 저래?’라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고 화가 났는데, 생각해보니 엄마도 한 인간으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지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아이에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구나”라고 말해줄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한 박자 쉬는 동안 아이는 삶의 주인으로 성장한다.
연재 ㅣ 중학생의 말공부
수정 2025-06-09 19:08등록 2025-06-09 17:22
게티이미지뱅크
박미자 |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저자
·성공회대 연구교수
“엄마 때문에 망했잖아요.”
“네가 실수한 것을 왜 엄마 탓을 해?”
“아, 씨….”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엄마한테 그런 거 아니라고요!”
이때, ‘엄마 말고 여기 누가 있냐’ ‘뭘 잘했다고 짜증을 내냐’라고 시시비비를 따지며 공격하는 말을 이어가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많이 힘들었구나” 또는 “애썼어” “괜찮아. 좀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라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엄마가 “누구한테 욕을 한 거냐?”고 계속 다그치면, 자녀는 “짜증 나”라고 말하거나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한 박자 멈추는 시간을 가지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즉, 한 박자 쉬고 말하기는 갑자기 일어난 문제상황에서, 책망하거나 하소연하는 말을 멈추게 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대화법이다.
이를 통해 부모는 자녀가 얼버무리고 있지만 사실은 힘들었던 상황이 있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불만과 말실수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자녀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부모를 신뢰하는 마음을 갖는다.
부모가 볼 때, 명백한 문제 행위임에도 중학생 시기의 청소년들은 고집을 부리고 엇나가는 경우가 있다. 내 아이가 중학생 때 일이다. 아이가 사실관계가 너무나 명백한 문제를 전혀 엉뚱한 관점에서 억지 논리를 세우고 자기주장을 하기에 제대로 타이르려고 마음먹고 말을 시작하는데, 갑자가 아이가 짜증을 내며 소리를 빽 질렀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중심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억지를 부리니까 내가 힘들어.”
“제가요? 왜요?”
“내 마음이 답답하다고….”
“나 때문에?”
“???”
“아 진짜, 엄마 지금 우는 거예요? 짜증 나~.”
이 무슨 외계인과의 대화인가! 나는 그 순간 엄마라거나 어른이라는 사실을 다 잊은 채 그저 막막해서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말을 더듬거렸다. 아이는 말을 멈추고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서로가 하던 말을 멈추고 한 박자를 쉬게 된 것이다.
이 어색한 경험을 통해서 나는 내가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이며, 내가 아이의 말에 상처받을 수 있는 약하고 불완전한 어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이는 꽤 많이 자란 후에 말했다. “엄마들은 어른이니까 상처를 안 받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엄마랑 의견이 안 맞아 다툴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말을 더듬거리다가 멈출 때 충격을 받았어요. 엄마가 혼내기만 하고 제 마음을 몰라주면 ‘어른이 뭐 저래?’라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고 화가 났는데, 생각해보니 엄마도 한 인간으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지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아이에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구나”라고 말해줄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한 박자 쉬는 동안 아이는 삶의 주인으로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