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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안, 다른 사설 비교…진영논리 넘은 ‘뉴스 리터러시 교육’

[한겨레] 한겨레-중앙일보 공동기획 ‘사설 속으로’를 마치며


2014년 1월14일 경기도 안성 가온고 학생들이 <한겨레> ‘사설 속으로’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공동기획한 ‘사설 속으로’가 약 5년 동안의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사설 속으로’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 사회의 이른바 진보-보수 양 진영 간 갈등 문제는 오늘날 거론되는 어떤 사회적 갈등 논제도 압도한다. 어떤 논제라도 종국에는 진영 논리에 의해 논의 자체가 진영 간 갈등과 대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진영 논리가 반복되고 상시화되면서 정치인은 물론 전 국민이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시 진보-보수라는 진영으로 나뉘는 극단적인 분열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일종의 진영 논리에 의해 표출되는 대결과 갈등의 내재화라는 사회적 질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진영 간 대결과 갈등 양상은 언론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신문의 경우 매체 속성상 공적 성격이 강한 방송 매체에 비해 진영 논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분류되기 쉽다. 물론 특정 신문이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건강한 의미에서의 신문 정파성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각의 논지 일색’이란 비난을 받던 과거 신문과 비교하면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신문이 지켜야 할 균형성과 불편부당성, 진실성, 객관성 등을 유지하면서 특정 논지를 펼치는 건강한 정파성이 있는지 여부에 있다. 


2013년 5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5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7명의 교사·교수 필자로 나서
같은 사안, 다른 사설 해석해
‘진영논리로 갈등 펼치기보단
의견 차이 차분하게 비교하며
폭넓게 사고할 기회 마련' 취지
한겨레 ‘학생', 중앙 ‘일반인' 주목
“여러 신문 비교했으면” 아쉬움도



■ 2013년 한겨레-중앙, ‘다른 시각 사설 비교’ 시작

지난 2013년 5월21일치 중앙일보와 한겨레에는 다음과 같은 사고(社告)가 나란히 실렸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중앙일보)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 분석하였습니다.”(한겨레) 

이는 2013년 5월21일부터 2018년 8월까지 5년 3개월여 동안 매주 화요일치 중앙일보와 한겨레에 동시 게재됐던 공동기획 ‘사설 속으로’의 발문이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 시대에 세상을 보는 바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기획은 2013년 초부터 양 신문사 합의 뒤 5개월여 준비 과정을 통해 결실을 맺은 소중한 열매였다. 사설을 비교하는 글을 싣되 서로 다른 일자를 양사의 형편에 맞게 정해서 게재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지면 구성이나 내용은 어느 정도 양사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주장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가운데 이런 시도가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를 회의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고 너무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진도 때문에 중단할 위기도 있었다. 총 7명 필자 가운데 6명이 고등학교 교사였고, 한 사람은 대학교수였다. 교사의 경우 4명이 국어교사, 2명이 철학교사였고, 대학교수의 경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비평을 주 연구 분야로 삼고 있는 신문방송학 전공 교수였다. 이 기획이 청소년 대상의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기획인 동시에 일반인들의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양적 성격을 아우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필진 구성이었다.

■ 한겨레 ‘학생 독자’, 중앙 ‘일반 독자’ 주목해 

‘사설 속으로'의 기획 의도는 먼저,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신문의 사설을 비교’하는 것으로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어떤 논리적인 근거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지,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차는 무엇인지, 그러한 시각차가 나타나는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설에서 다루는 사안의 열쇳말을 통해 두 사설은 어떻게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각의 신문 사설 비교를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우자’는 의도도 있었다. 진영 논리에 의한 끝을 모를 갈등과 대립을 상대와의 차이를 차분하게 비교해봄으로써 좁히고, 보다 폭넓은 사고를 하고, 인식을 확장해보자는 시도였다.

한겨레의 경우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 분석’하겠다는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교육적 활용을 권장했다. 이 점에서는 두 신문이 약간의 입장차가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중앙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칼럼 형식의 사설 비평을 선호한 반면, 한겨레는 학생들의 사설 읽기를 통한 이른바 논술교육의 의미를 지향했다. 또한 중앙과 한겨레가 같은 글을 동시에 그것도 정기적으로 계속 게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서로 결이 다른 신문 간 소통 프로젝트로서의 기획 의도도 적지 않았다.

공동 기획 프로젝트를 끝내면서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지가 궁금했다. 필자가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저널리즘 전공 연구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독자들에게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했다는 점과 서로 성향이 다른 언론사 간 소통 즉, 협업 사례로 다양성과 상대성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는 응답과 함께 청소년들의 글쓰기 교육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김기태(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면, 문제점이나 아쉬운 점에 대한 응답 가운데 보다 다양한 시각의 논점을 이해하기 위해 비교 대상 신문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논점 차이만을 확인하는 것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차이의 배경과 원인 그리고 현 단계에서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설이 어느 신문사의 사설인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지면 레이아웃 등을 보다 다양하고 창의성 있게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독자들 간 토론으로 확대해야 한다거나 모든 사안을 보수 대 진보로 보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험이라고 하기엔 비교적 긴 기간이었던 5년 3개월 동안의 연재는 일단 끝났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 집단 간의 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사설 속으로'를 읽어준 독자들에게 필진을 대신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기태(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독자가 말하는 ‘사설 속으로’

비판적 사고력 길러준 ‘좀처럼 찾기 힘든 기획’

신문 사설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두 편의 사설을 찾는 게 번거롭고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사설 속으로’가 단숨에 해결했다. 같은 주제, 다른 시각을 담은 두 편의 사설을 지면에 실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길잡이 글도 있으니 읽기 또한 한결 수월해졌다. 이런 기획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사설 속으로’가 지닌 기획의 교육적 의미는 여러 갈래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사설 자체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확장시켰다. 사설은 신문의 으뜸이 되는 주장이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여러 사안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사안에 대해 신문의 입장과 시각을 밝힌 것이 곧 사설이다. 신문마다 개성이 있고,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사설이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어떤 것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뒤 좌우 눈치를 보지 않고 올곧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자사의 입장을 지나치게 세우다 보면 주장에 따른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여 독자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드러난다. 이런 사실을 ‘사설 속으로’를 보며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에도 도움을 줬다. 사설 읽기는 논술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논술교육을 할 때 사설을 읽고 글쓴이의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는 활동이나, 두 편의 사설을 읽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요약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도해왔다. 사설을 중심으로 수행평가도 했다. 동북고 1학년들은 논조가 다른 두 편의 사설을 스크랩해 읽고 공통주제 찾기, 사설 요약하기, 차이점과 공통점 찾기, 자신의 입장 세우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논리 이해와 문제 상황에 대한 해법의 정당성을 파악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셋째,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 사설을 읽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신문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살필 기회가 마련된다. 꼭 다뤄야 할 소재, 제기돼야 할 의제가 당시 사정이나 요구에 알맞게 다뤄지지 않을 때도 있다. 민감한 의제를 두고 펜이 굽고 목소리가 꼬인 경우도 있고, 힘 있는 자나 가진 자의 입장과 이해를 대변하기에 급급해 보일 때도 있다. 또는 애매한 문제에 대해 공정과 형평을 빙자해 어느 한쪽 주장을 편들기보다 이쪽도 문제가 있고, 저쪽도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을 펼친 경우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설 읽기로 교육 현장에서 강조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

권영부(동북고 수석교사)

넷째, 글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교육할 발판을 마련했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기면 스스로 먼저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언론이 어떻게 말하는지부터 살핀다. 그다음 그 내용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거나 빼서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설의 논조나 주장에 편승하는 것이다. 교육이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신문을 사설 중심의 해설 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여론의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기업, 경제단체, 정부 기관의 정책결정자들이 사설을 즐겨 읽는다. ‘사설 속으로’를 통해 이런 사실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서 한편의 글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촉매제가 된다는 교육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권영부(동북고 수석교사)
 

독자가 말하는 ‘사설 속으로’

“학교 공부 신문 안에 다 있네” 실감해

저희 학교는 정규교과시간에 엔아이이(NIE) 시사 수업을 합니다. 처음에는 공부하기도 빠듯한 시간에 신문 볼 엄두가 안 나 수업에 소홀했습니다. 교과와 관련 없는 활동을 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해 그 시간에 몰래 문제집을 풀거나 졸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기가 마무리되고 있을 때 신문을 가져오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신문을 보고 있어서 집에 있던 신문 더미 가운데 손에 잡히는 걸 들고 갔습니다.

수업 시간이 되어 신문을 훑어보고 있는데 ‘사설 속으로’ 기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 기획을 처음 본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 그때는 서로 다른 신문사가 공동으로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게 그저 신기했습니다. 한 신문에 성향이 서로 다른 신문의 사설이 실려 있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못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사설 속으로’에서 다룬 여러 주제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알파고’ 관련 주제입니다. 이과생이다 보니 자연스레 알파고 기사에 눈길이 갔는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로봇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도 났습니다.

‘인공지능과 미래사회’라는 공통 주제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일보 사설은 서로 다른 접근을 했습니다. 한겨레는 “인공지능 분야의 경쟁력을 기술만이 아닌 인문학, 공학, 의학 분야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했고, 중앙은 “산업과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자들이 양사 사설을 설명하는 내용을 읽다보니 인공지능 사회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겨레 사설을 읽을 때는 그 입장이 이해가 가다가도 한편으로 중앙 사설을 읽다 보면 반대 입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필자들이 제시한 ‘추천도서’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재미를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 ‘사설 속으로’를 파워포인트로 만들어보는 거였습니다. 때마침 수행과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파워포인트로 두 신문이 말하는 공통 주제부터 시작해 사설 각각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각각 양쪽 관점을 적은 뒤 어느 신문의 주장인지를 맞혀보는 코너도 넣었습니다. 또 기사와 관련된 사진과 영상도 넣어 5분가량 발표를 했습니다. 친구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선생님도 칭찬해 주셨고요.

힘들게 만든 이런 자료는 두 신문의 주제와 관점을 비교해 살펴보는 데 좋은 자료가 됐습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도 다양한 관점을 접해볼 수 있었고, 생각이 확장되는 걸 경험했습니다. 논제를 뽑거나 반론을 준비하는 연습도 됐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관점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눈도 생겼습니다.

김혜수(무학여고 3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공부하느라 바빠서, 종이 신문을 보기 어려워서 등 여러 핑계를 대며 신문 읽기를 게을리했습니다. 하지만 사설 속으로를 놓고 엔아이이 수업을 해보면서 제가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공부가 신문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교과와 더불어 신문을 읽는다면 사고 확장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설 속으로 덕분에 세상을 넓게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기획이었습니다.

김혜수(무학여고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