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생명권, 인간이 주는 게 아니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어도 될까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과 길고양이를 퇴치하겠다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심심찮게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해 잔인하게 죽이거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해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돌보던 길고양이 밥그릇을 치운 것에 앙심을 품고 차량 등에 불을 지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왜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돌보느냐고 불만을 표합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동물들도 도시 안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는 생명체임을 잊지 말자고 말합니다.
또 길고양이 돌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집주변에서 길고양이들이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길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환경을 어지럽히는 것도 문제지만, 길고양이에게 계속 먹이를 주는 바람에 개체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길고양이는 인간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불쌍한 처지이므로 사람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돌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도시 안의 길고양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자 최근에는 행정기관이 나서서 길고양이들에게 중성화 수술을 해주기도 합니다. 중성화 수술은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고 더이상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 10월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을 정하고 약 30만 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길고양이의 서식 장소를 잘 알고 있는 이른바 ‘캣맘’들이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수의사들이 수술을 한 다음 상처가 아물면 방사합니다. 이 밖에도 강동구는 2013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길고양이 급식소 61곳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반려동물 문화교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의 생식기능을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사들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중성화 수술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의 저자 역시 중성화 수술이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이고 유용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이 있는 동물의 생식 능력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인간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지요. 특히 가장 큰 이유는 고양이의 엄청난 번식력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일 년에 낳을 수 있는 아기 고양이 수는 20마리입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는 빠르면 생후 7개월 정도부터 발정을 시작하고 임신을 할 수 있으므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음식과 공간만 확보된다면 한 마리의 암고양이가 12년 동안 최대 3200마리로 증가할 만큼 번식력이 뛰어납니다. 따라서 중성화 수술을 하면 개체수가 조절되어 생태계 구조가 안정되고, 발정을 하지 않게 되어 발정기에 나타나는 소음 공해를 일으키지 않아서 긍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고양이의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저자가 중성화 수술을 권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안락사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길고양이나 유기견을 신고하면 동물구조 협회에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10~20일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대부분 안락사 됩니다. 유기동물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한 해에 버려지는 개만해도 공식적으로 10만 마리에 이릅니다. 집계되지 않은 유기견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너무 많다 보니 유기동물들을 돌볼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여 결국 안락사시키는 것입니다. 말이 안락사이지 사실상 살처분인 셈입니다.
유기동물이 살처분 되는 것을 막으려면 당연히 유기동물 발생을 줄여야겠지요. 유기동물을 줄이는 방법은 반려동물의 몸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동물등록제를 강화하는 방법과 유기동물을 적극적으로 재입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저자는 애견 번식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하여 애견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강아지들 대부분이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입니다. 좁은 비닐하우스에 철망장을 쌓아 그곳에 어미 개를 가두고 키우면서 새끼를 낳게 합니다. 어미개들은 1년에 두 번 생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교배를 시켜 새끼를 낳게 합니다. 좁은 곳에 갇혀서 주는 사료만 먹고 새끼만 낳는 일종의 번식 기계인 셈입니다. 청소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환기도 되지 않은 곳이어서 냄새도 심하고 냉난방도 잘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미 몸은 쉽게 망가져 5,6년이 넘어가면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쓸모가 없어진 어미 개들은 어디로 갈까요?
공영방송인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애견 번식장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개 경매장에서는 강아지만 경매하는 것이 아니라 늙은 개도 경매한다고 합니다. 주로 덩치가 큰 개들 중에 ‘폐견’이 된 개들은 전기도구로 감전시켜서 도살되는데 그 과정에서 개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으며 비명을 질러댑니다. 이렇게 도살된 개들은 육견으로 팔려나갑니다. 아직도 보신탕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요. 동물보호센터와 동물보호감시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개들이 고통스럽게 죽는 모습을 확인했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분명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모든 동물에게는 생명권이 있다
20여 년 넘게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유기동물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계속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생명권’입니다. 이것은 인간에 의해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 첫째가 거주할 공간을 가질 권리입니다. ‘우리가 동물에게 그런 것까지 제공해야 해?’라는 생각을 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지구라는 공간은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공간이지 인간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곳에서 동물과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동물을 인간을 위한 소모품이나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죽을 때까지 강제로 새끼를 낳아야 하는 어미 개나 어미 돼지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양계장에서 태어난 수평아리들은 쓸모없다는 이유로 낳자마자 기계에 갈려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약 7억 마리에 가까운 수평아리들이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죽습니다. 단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살아남은 암탉은 산란율을 높이려고 강제로 털갈이를 시킵니다. 사료와 물을 주지 않으면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털이 빠지게 되고, 그러면 산란율이 높아집니다. 유럽연합에서는 닭들을 좁은 우리에서 키우고 강제로 털갈이를 시키는 것을 전면금지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든 생명은 존재 의미가 있으며 생태계 내에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은 이를 무시하고 독보적으로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다른 생명을 마구 폭력적으로 대한다.” 저자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독서교육전문가, (주)리딩웰 대표,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강사
생각 근육 키우기 1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개고기 반대 운동을 벌입니다. 그런데 소나 돼지에 대해서는 먹지 말자고 운동하지 않습니다. 개고기 먹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개도 소나 돼지처럼 가축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다른 동물보다 개고기 먹는 것을 더 반대할까요?
도움말 1
이 책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일반적으로 소나 돼지도 가급적 먹지 말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고기를 우선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개가 사람과 더 가까이 살고 있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실험 가운데서도 유인원에 대한 실험은 더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유인원이 우리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만큼 공감하는 정도도 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고기를 금지하는 것은, 소나 돼지를 차별해서가 아니라 개를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집에서 기르기 때문입니다.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인간과 개는 소나 돼지보다 공감의 거리가 훨씬 가깝지요. 모르는 사람의 고통보다 가족이 겪는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생각 근육 키우기 2
아래 시는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이 쓴 시의 일부입니다. 읽고 나서 평소 자연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자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를 지어보세요.
어렸을 때 나는 나의 부족의 어른과 함께 산길을 걷다가 지팡이가 필요해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새로운 지팡이를 들고 자랑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보고 부족의 어른은 내가 올바른 방법으로 그것을 손에 넣었는지 물었다. 나무에게 허락을 구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잘랐는가?
나무에게 선물을 바쳐 감사의 표시를 했는가?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그 어른은 나를 데리고 나무에게로 가서 가지가 잘라진 부분을 만지게 했다. 그리고 무엇을 느끼는가 물었다. 내가 축축한 것이 느껴진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그것은 나무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자연에게서 무엇을 취할 때는 반드시 그 주인에게서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류시화 지음, 김영사 펴냄) 가운데
어렸을 때 나는 나의 부족의 어른과 함께 산길을 걷다가 지팡이가 필요해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새로운 지팡이를 들고 자랑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보고 부족의 어른은 내가 올바른 방법으로 그것을 손에 넣었는지 물었다. 나무에게 허락을 구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잘랐는가?
나무에게 선물을 바쳐 감사의 표시를 했는가?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그 어른은 나를 데리고 나무에게로 가서 가지가 잘라진 부분을 만지게 했다. 그리고 무엇을 느끼는가 물었다. 내가 축축한 것이 느껴진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그것은 나무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자연에게서 무엇을 취할 때는 반드시 그 주인에게서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류시화 지음, 김영사 펴냄) 가운데
도움말 2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고 있다는 저자의 말을 생각하며 평소 자연으로부터 받고 있는 혜택을 떠올려보세요. 인간중심적인 시각이 아닌 자연물, 나무나 꽃, 동물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친구의 글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이유 생각해봐야
이 책을 읽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저도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있고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수의사입니다. 동물병원 앞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치료하고 주인을 찾아주는가 하면 다른 가정에 입양되도록 애쓰는 분입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주변에도 길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습니다. 그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길고양이가 울어대고 쓰레기통을 뒤져 지저분해진다고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도 세상에 태어난 생명인 이상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가끔 반려동물이 귀엽다고 샀다가 쉽게 버리는 경우를 봅니다. 성격이 맘에 안 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버리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살면서 인간을 친구로 여기고 친구처럼 놉니다. 그런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합니다. 이 책에서 말했듯이 반려동물을 살 때 이들을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버려진 유기동물들은 동물보호소에 가지만 대부분 주인이 안 나타나면 안락사 합니다. 그들도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는데 단지 인간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죽는다는 건 너무 부당합니다. 또 닭이나 돼지, 소들도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너무 가혹하게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하다는 근거는 뭘까요? 철학자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다른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학대하는 것은 인간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유정, 대방중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