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폭력’이 성립할 수 있을까?

<레미제라블>이 말하는 사회정의란

빅토르 위고(1802~1885 )의 <레미제라블>은 1845년에서 1862년에 걸쳐 완성된 장편소설로 수차례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질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불쌍한 사람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작가가 왜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정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을 통해 진정한 프랑스혁명 정신이란 가난한 민중들을 구원하고 희망을 주는 것임을 주장하고자 했던 거 같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 장발장은 성공한 자본가로서 고통 받은 민중을 돌보고 사랑하는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또 장발장에게 따뜻한 사랑과 용서를 보여준 미리엘 주교는 종교가 해야 할 진정한 정신을 보여 주었지요.

그렇다면 자베르 경감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다 알다시피 주인공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감옥에 간 뒤 몇 번 탈출을 시도하다가 형량이 늘어서 결국 19년 동안이나 감옥생활을 하였습니다. 실제로 당시 프랑스의 법은 가난한 민중들에게는 너무 가혹하여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곤 했어요. 자베르는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법을 수호하는 것이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이라고 여겼지요. 그에게 법은 진리와 같았기 때문에 장발장이 가석방 상태에서 신분을 숨기고 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발장을 쫓으면서 그는 점점 신념이 흔들렸고 마침내 무너집니다. 이제껏 법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사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그의 믿음은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법은 당연히 지켜야 하지요.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법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법을 만들었던 사회구조체계를 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법이 존재하는 중요한 목적은 바로 ‘사회정의’이고 ‘공정성의 실현’입니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당시 법은 오히려 가난한 민중들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했기 때문에 법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밀려오는 죄책감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내부 분열로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빅토르 위고는 이미 27세 때 쓴 <사형수 최후의 날>이라는 작품에서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할 만큼 법의 존재 의미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레미제라블>에서도 그는 자베르 경감을 등장시켜 법의 정신을 묻고자 했던 것입니다.


‘정의’가 이유라면 소수는 희생해도 될까?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자베르 경감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경찰의 이른바 ‘정의로운 폭력’은 과연 말 그대로 정의롭고 정당한 것일까요? 이번에 소개할 책,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첫 장에 저자의 답변이 있습니다. 저자 표창원(프로파일러, 국회의원)은 사회를 유지하려면 악한 자의 나쁜 행동을 막아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어느 정도 까지가 정의로운 폭력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무리한 진압으로 시민과 경찰의 목숨이 희생된 용산참사,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 고압 송전탑, 해군 기지를 두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 현장에 경찰이 동원되어 물리력을 행사하지요. 법 집행이라는 이름 아래 공권력을 수호하는 경찰이 개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경찰을 상대로 직권남용, 혹은 형법상의 상해죄를 물어 고소하기도 하지요. 경찰력의 부당한 법 집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을 때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공공질서를 위한 경찰의 ‘정당한 폭력’이 정당했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어렵습니다. 폭력이 아닌 평화적 수단이 있었는지 여부, 또 그것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보니까 시대의 흐름, 여론이나 사법부의 태도 등 시대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될 때가 많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방법은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공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지역발전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철거민, 대도시의 전기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밀양 주민, 안보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이 그런 사례이지요. 다수결의 논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저항을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이를 탄압하는 국가 권력을 옹호합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되었다는 논리로 정당화하지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공정하다면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할까요? 우리는 소수의 희생을 발판삼아 다수가 이익을 취해온 방식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공권력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애써봐야 나아질 게 없다” 논리에 휘둘리지 않기

이 책의 다른 저자인 역사학자 오인영 선생님이 알려주는 지배자의 세 가지 논리도 눈길을 끕니다. 지배자의 첫 번째 논리는 ‘무용 명제’입니다. 이는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효과가 없으며 그 노력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말하자면 “백날 떠들어봐라. 너희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꿈쩍이나 할 거 같으냐.” 이런 논리이지요. 흔히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하면서 사회변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프랑스 혁명이 성공했을 리가 없지요.

지배자의 두 번째 논리는 ‘역효과 명제’입니다. 이는 “해봤자 소용없다”에서 더 나아가 “그러면 더 나빠진다”라는 논리입니다. 이것도 잘못된 논리입니다. 민주주의 초기에 지배자들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투표권을 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고 말했습니다. 대중은 어리석어서 선동자들에게 현혹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지요. 또 “가난한 사람 도와주는 것은 가난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경제가 발전한 것을 보아도 이 논리 역시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논리는 ‘위험 명제’입니다. 국민들에게 복지를 확대하면 일할 의욕을 떨어트리고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어 실업자를 양산시킬 거라는 말입니다. 최근 그리스 사태의 원인을 과잉복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비슷하지요.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그리스 사태의 원인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애써봐야 나아질 게 없으니 가만히 있는게 차라리 낫다”는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비결은 긍정적 믿음으로 긍정적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자는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덜어주고자 행동하는 본능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내부의 불안을 줄이고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는 저력입니다.

독서교육전문가, (주)리딩웰 대표,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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