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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99]
너는 누구 ‘빽’으로 들어왔니





눈을 의심했다. 처음엔 오타가 난 줄 알았다. 9.5% 도 기가 찰 노릇인데 합격자의 95%가 ‘빽’을 동원 했다니 말문이 막혔다. 강원랜드의 ‘채용 비리’는 충격 그 자체다. 채용 비리가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2012~2013년 강원랜드 인사팀장이 하루에 받은 청 탁 전화·문자가 200통이 넘은 날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신입사원들끼리 “너는 누구 빽으로 들어왔 니? 나는 ○○○ 빽이야”라고 그냥 자연스럽게 얘 기했다고 한다. 공공기관 곳곳에서 채용 비리의 악취가 진동한 다. 감사원은 5일 공공기관 53곳을 감사한 결과, 대 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석유공사 등 5 곳에서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장 조 카, 원장 지인의 딸, 국회의원 비서관, 노조위원장 딸이라는 이유로 자격 미달인 지원자들이 채용됐 다. 합격자를 사전에 정해놓고 점수를 조작하거나 채용 절차 도중에 전형 방법을 바꿨다. 그래도 안 되면 합격자 수를 늘렸다.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 원한 것이다. “이게 공채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고 용이 안정되고 고임금을 받는 공공기관은 청년들 에게 ‘꿈의 직장’이다. 이 꿈의 직장이 힘있는 자들 의 먹잇감이 돼버렸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 한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이 9.4%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 생까지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2.6%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합격은 둘째 치고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청년이 부지기 수다. 지원서를 수없이 내보지만 번번이 서류전형 에서 탈락한다. 빽이 없는 ‘흙수저’ 청년들은 ‘금수 저’들의 들러리 노릇을 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능 력 부족을 한탄하며 낙담한다. 채용 절차가 공정했 다면 합격했을 청년들의 억울함은 또 누가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채용 비리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 지만, 그중에서도 ‘솜방망이 처벌’ 탓이 가장 크다. 청탁을 하는 사람이나 청탁을 받는 사람 모두 힘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 힘으로 법망을 빠져나간 다.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사건의 1심 판결이 13일 열렸다. 금감원은 2014년 임영호 전 자유선진당 의 원의 아들을 법률전문가로 채용했다. 임 전 의원은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과 행시 동기로 절친한 사이 였다. 임 전 의원의 아들은 로스쿨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변호사 경력이 없는데도 선발됐다. 금감 원이 채용 절차 도중에 지원 자격을 완화하고 평가 항목을 유리하게 바꿔준 덕분이다. 금감원은 최 원 장이 물러난 뒤 지난해 12월 내부감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원장의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유 로 인사 담당 임원 2명만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들 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방아쇠가 따로 있어 보이 는데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어 미완 의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도 검찰이 ‘봐주 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원랜드가 내 부감사를 벌여 2015년 2월 수사를 의뢰했는데, 검 찰은 그동안 권 의원은 조사하지도 않았고 염 의원 은 한차례 서면조사만 했다. 특단의 조처가 나와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공 공기관 330곳 전체를 전면적으로 감사해야 한다. 채용 비리가 드러나면 모두 합격을 취소시키고 연 루자들은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해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는 채용 비리를 더는 방관해선 안 된다.



안재승 논설위원,
<한겨레> 2017-09-14,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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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청탁’ 첫 인정 군의원 “사회지도층 중 안한 이 없어” “여기 와서 당시 사회지도층 중에 청탁 안한 사람 있는지 한번 물 어봐라.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원도 한 현직 군의원이 <한겨레>에 강원랜드에 채용청탁을 했다고 말했다. 2012~13년 강원랜드에서 발생한 ‘초대형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청탁사실을 인정한 첫 사례다. 다만 이 군의원은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청탁을 했 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돈을 받거나 어떤 대가를 받고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쪽이 지난 2013년 1월 작성 한 강원랜드 채용 청탁 명단에 지원자 6명의 추천자로 이름을 올 렸다.(염동열 ‘강원랜드 채용 청탁’ 55명 명단 입수) 이 가운데 합 격자는 1명이었다. 이 의원은 2010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처음 군의원이 됐으며 염 의원과는 “지역구 의원이라 아는 사이”라고 했다. 본인이 ‘추천’했다고 적힌 6명에 대해선 “(누군지) 잘 모르겠다” 고 한 그는 2012~13년 당시 채용 청탁이 광범위했고, 본인도 여 러 ‘채널’로 청탁을 시도하거나 했다고 고백했다.

<한겨레>는 당시 “400~500명의 청탁자가 응시자 1000명가 량을 청탁했다”는 강원랜드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 다. 군의원의 이야기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밑단에서 보 여준다. “그때는 지역에서 너도나도 없이 관행처럼 (청탁을) 했다. (나 도) 누구한테 (청탁 명단을) 전달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강원 랜드) 인사팀장에게 요구하려 했는데 계속 전화를 안 받더라. 결 국 전달을 못했는데 강원랜드 채용이 여러 차례 있었잖아. 그 가 운데 뭐가 하나 (염 의원실 쪽에)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청탁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전달 경로 등은 기억나지 않 는다는 것이다. 그는 청탁 관행을 지역의 특수한 사정과 연결시켰다.

또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 자체가 폐광 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아버지들이 광산에서 실직을 당했다. 강원랜드가 설립된 뒤 자녀 들이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얘들이지 만 부모들이 (채용을)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그때는 이런 청탁이 죄가 되는지도 모르고 했다. 금전을 받았 거나 하면 영창에 가야 하지만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그 친구 들 얼굴도 모르고, 아버님들한테 커피 한 잔 얻어먹은 적도 없다.” ‘청탁 연줄이 닿을 정도면 지역에서 힘 좀 쓰는 사람들 아니냐’ 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힘이 있으면 본인들이 직접 청탁을 했 을 것이다. 내가 추천했다는 사람 6명 이름을 쭉 대는데, 그 친구 아버지들 직업이 뭔지 살펴봐라. 힘 있는 얘들이 청탁했다면 내 가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다른 기초 의원은 이 정도의 끈을 갖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채용 청탁을 당시 관행이라고 하는데, 지역의 기초 의원에게 채용 청탁을 하려면 끈이 있어야 한다. 군의원이든 시의 원이든 선거 때 도와줬다든가 하기 때문에 부탁을 할 수 있다.”

2012~13년 강원랜드는 518명의 신입사원을 뽑았고 493명 (95%)이 청탁자와 연결됐다는 게 이후 강원랜드 감사결과다. 당 시 전국에서 5200명이 지원했다. 청탁의 힘이 약했거나 그마저 도 없던 이들, 그러한 지역사정을 알지못한 4600여명이 떨어진 셈이다.

최현준 기자, <한겨레> 2017-09-15,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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