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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들고 질문할 땐 뻔뻔해도 좋아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세영이라고 합니다. 귀 기관에서 개발한 우주식품이 궁금합니다. 구해볼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군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원장님을 국내 고교생들이 모여 연구하고 교류하는 학술포럼에 초청하고 싶은데 연사로 와주실 수 있나요?”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요청은 제 인생을 바꾼 도전들이었습니다. 이 도전은 저를 성장하게 만들어준 하나의 정신에서 비롯됐는데요. 바로 이스라엘인 특유의 도전정신인 ‘후츠파(Chutzpah) 정신’입니다.

유대인의 성공 사례는 자주 화제가 됩니다.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적인 창업가 가운데 유대인은 상당히 많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스페이스엑스와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까지 세계를 움직이는 혁신기업 창업가들은 모두 유대인입니다. 유대인의 창조적 발상과 성취를 보며 한국 사람들은 유대인이 과연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관심을 갖습니다. 실제로 최근 유대인들의 토론 교육법 가운데 하나인 ‘하브루타’(질문-대화로 이루어진 유대인식 토론법)를 내건 학원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제게 ‘예의를 갖추되 어디에서나 자신 있게 행동하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으로 다가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때 우주식품을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이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서 수많은 친구들이 질문하기를 꺼리고, 나서서 행동하기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그렇게 변해갔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서점에서 <후츠파로 일어서라>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후츠파란 이스라엘에서 ‘담대함’ 또는 ‘저돌적’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뻔뻔하리만큼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히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합니다.

문득 부모님께서 강조하셨던 게 바로 이런 사고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후츠파 정신이 공부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봤습니다. ‘외워야 하는 것’, ‘반복을 통해 익혀야 하는 것’ 등 수동적으로 생각했던 공부 개념을 ‘질문을 던져보는 것’, ‘어떤 지식에 대해 반론을 제시해보는 것’으로 바꿔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후츠파 정신을 알게 되고 몇 달 뒤 한국청소년학술대회를 운영하며 포럼 연사 섭외로 고민하다 책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연구활동을 시작하고자 모인 미래 청소년 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마음가짐이라 생각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끈질김’,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등 <후츠파로 일어서라>라는 책을 통해 후츠파의 메시지를 적은 지은이라면 요청을 들어줄 거라고 봤습니다. 다행히 이 책의 지은이는 흔쾌히 연사로 나서겠다는 답을 주었습니다.

저돌적이고 때로는 오만해 보일 정도로 질문하고 도전하는 후츠파 정신이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자칫 ‘되바라졌다’는 식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질문할 때 주저하고,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고유의 교육 문화인 ‘밥상머리 교육’이 부모와 자식이라는 위계 속에서 권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토론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식으로 변화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공부와 배움, 도전 앞에서는 후츠파 정신의 대담함을,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이 말하는 예의와 배려를 가르쳐보면 어떨까요? 그런 공부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혁신기업과 창의적 인재들이 나오리라고 봅니다.

이세영(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전공,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