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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강제 탈퇴의 추억

“미안하지만 동아리를 나가주면 좋겠어.”

어려서부터 뭔가를 연구하는 게 좋았던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동아리 홍보물들을 보며 앞으로 활동할 연구 관련 동아리가 없는지 살폈습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였는데, 동아리 활동에 특별히 큰 제약을 두지도, 이점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동아리 수가 특별히 적지도, 많지도 않았습니다. 연구 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따로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인문사회과학 동아리 가운데 ‘역사동아리’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역사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할 친구를 만나고, 또 기존 동아리 활동과 연구 활동을 병행할 생각이었습니다. 연구 활동을 반겨줄 줄 알았는데 동기 몇 명과 선배들만 잠시 관심을 보였고, 동아리 기존 활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점차 눈치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결국 동아리 대표 선배에게 동아리를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동아리에도 동아리 주 활동과는 다른 관심을 드러내다 탈퇴를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들과 뜻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신문 만들기에는 관심이 없던 교지 편집부 친구, 수학 동아리에서 인문사회 분야를 공부하던 친구 등 여러 배경이 있는 친구들과 마치 외인구단 같은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소셜 프로블럼 리서치 앤드 디베이트’(Social Problem Research And Debate)의 앞글자를 따서 ‘스프레드’(SPREAD)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토론한다”는 뜻인데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퍼뜨리다’여서 “청소년들에게 이런 활동을 전파하자”는 뜻까지 담을 수 있었습니다. 30여명이 시작한 작은 교내 동아리는 1년 뒤 우리나라 30여개 고등학교에 지부를 둔 청소년 연구 네트워크로 성장하고, 지금의 한국청소년학술대회라는 단체의 전신이 됐습니다.

처음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제게 부족했던 건 바로 ‘진정성’이었습니다. 역사를 좋아하기보단 연구 활동을 위해 동아리에 들어간 게 진정성 없이 보였을 겁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설립하고 진정으로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더 좋은 결과와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진정성이 갖는 힘과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청소년들은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면서 여러 제약과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 상황을 창의적으로 극복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컨대 연구 활동을 하고 싶은데 실험도구가 없으면 지역 내 대학에 메일을 보내 연구장비를 빌릴 수도 있습니다. 교내 또는 지역사회에서 생기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설문 활동과 캠페인을 펼치기도 합니다. 동아리 활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뭔가를 만들어 판매하는 동아리도 있습니다. 각자 처한 환경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창의적인 해결책들을 생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진정한 문제 해결 능력이 생깁니다. 동아리 친구들과의 소통 능력이 길러지기도 하고요.

최근 동아리 활동이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입시만을 위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활동이 거창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름만 대단하고 진정성 없는 활동을 하거나 동아리의 대표가 되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경우도 있죠.

적당히 맞춰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보단 최대한 자신과 맞는 동아리를 찾아보고, 없다면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서라도 활동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동아리에 중복 가입하는 것보단 진정으로 집중할 수 있는 동아리 하나를 찾는 게 핵심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 이야기는 당장 입시에 바로 활용되지 못하더라도 협업과 소통이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시되는 시대에 정말 소중한 배움이 될 것입니다.

이세영(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전공,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