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이름 기억해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 어쩌다 이름을 불러주면 반색하며 “어떻게 내 이름을 아세요?”라고 하고, 옆에 있는 아이는 “선생님~ 내 이름은요?” 하며 조른다.


그런데 자기 이름이 너무 싫다는 아이가 있었다. “개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묻기도 하고, “어른이 되면 개명을 할 거다”라고도 했다. 내 생각에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이름이 아니어서 이유가 궁금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이름이라 친구들이 그 사람의 성까지 붙여 자신을 부른다는 거였다. 그 이름을 지닌 사람들은 호감을 주는 사람들이었는데, 외모가 특출하지는 않았다. 여하튼 아이는 거기에 빗대어 불리는 게 싫고, 어른스러운 이름인 것도 싫다고 했다. 몇 가지 더 이유를 대긴 했는데, 딱히 타당하진 않았다.


자기 이름이 싫다거나 못생겨서 싫다는 건 둘 다 같은 의미다. 이름, 외모 속에 담긴 자신을 바로 들여다볼 수가 없다는 거다. 그 문제가 열등감이든 낮은 자존감 때문이든 이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이 신호는 ‘나는 왜 이렇게 운동을 못 할까? 내 곱슬머리가 싫어. 나는 음치야’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쓸데없는 소릴 한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넌 더 잘하는 거, 좋은 게 있잖아.” 이런 말은 마음에 스며들지 못한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확신을 갖게 할 뿐이다. 또 자신이 이해받을 수 없을 만큼 이상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자신을 감추려 하고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된다. 거기에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다 보니 그 시기의 발달과업이나 즐거움을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성장하게 된다. 삶에 보탬이 될 좋은 습관이나 태도, 예를 들면 성실성이나 참을성, 도전의식 등을 익히지 못할 수 있다.


아이들의 소소한 불만과 불평에 담겨 있는 신호를 놓치지 말자. 먼저 아이의 기분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못생겨서 속상하구나, 네가 지금 많이 슬프구나” 등의 말로 그 마음을 공감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못생겼다니 무슨 말이야?” “뭣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니?” 등을 물어보며 아이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본다. 대개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을 접하게 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는 관점을 의미있게 받아들인 경우를 볼 수 있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를 무조건 다독이거나, 정답이나 해법을 강요하고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네 마음은 그럴 수 있겠다”며 충분히 수용해줘야 한다.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리다면 “네가 이렇게 마음을 다쳐서 힘들어하는 걸 보니 엄마 마음이 참 아프다”고 말해줄 수 있다. 이러한 전 과정을 몇 번이고 더 해야 할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반복적으로 요구된다. 어떤 방법을 써도 아이들을 아예 다치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상처가 더 깊어지거나 덧나지 않고, 너무 심한 고통을 받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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